2020 도쿄 올림픽의 슬로건 중 하나는 ‘지구와 사람을 위해(For the planet and the people)’다. 1964년 이후 57년 만에 다시 올림픽을 치르는 도쿄는 화두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지역으로 개최 지형도를 넓혀가던 과거 패러다임과 달리 최근에는 개최 경험이 있는 도시들이 선택을 받으면서 옛 유산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당장 2024년 파리, 2028년 LA 모두 올림픽 경험이 있는 도시다. 이에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159쪽 분량의 지속가능성 진행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도쿄의 시도는 다양하다. 당장 이번 올림픽 총 42개의 경기장 중 60%에 가까운 24개가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있다. 신축 경기장은 8개, 나머지 10개는 임시 경기장이다. 올림픽 핸드볼 경기를 하는 요요기 국립스타디움, 유도와 가라테가 열리는 일본무도관 등 5개의 경기장은 1964년 대회 시설을 활용한 것이다.
올림픽 메달과 시상대도 다시 태어났다. 대회에 쓰이는 약 5000개의 메달은 7만8985t의 소형 전자기기에서 추출한 재활용 금속을 활용했다. 2017년 4월부터 약 2년 간 전국 1621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수거에 동참했다. 수집된 휴대전화만 621만 대가 넘는다고 한다. 시상대 또한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들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임시 주택에 쓰였던 알루미늄 폐기물도 활용해 의미를 더했다. 이밖에 올림픽 성화주자 유니폼 등에도 재활용 소재가 쓰였다고 한다. 조직위는 대회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65% 이상을 재사용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조직위의 당찬 포부와 달리 현실에서는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바로 선수촌의 일명 ‘골판지 침대’ 때문이다. 친환경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한데다 약 200kg의 하중을 견딜 정도로 문제가 없다는 조직위 설명과 달리 선수들은 침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황당해하고 있다.
미국 육상 국가대표인 폴 첼리모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누군가 침대에 소변을 본다면 박스가 젖어서 침대에서 떨어질 것이다. 침대가 무너지는 상황을 대비해 바닥에서 자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뼈 있는 글을 남겼다. 외신들은 골판지 침대에 2명 이상이 올라가기 어렵다며 ‘안티 섹스 베드(Anti-sex Bed)’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다. 취재진도 선수들을 만날 때마다 골판지 침대에 대해 묻는 게 일이 됐다. ‘재활용 올림픽’의 웃지 못 할 두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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