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밟은 올림픽 무대. 하지만 한국 양궁 대표팀의 ‘무서운 막내들’에게 두려움은 없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양궁 선수단의 막내 김제덕(17·경북일고)과 여자팀 막내 안산(20·광주여대)이 올림픽 양궁 사상 첫 3관왕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김제덕은 23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개인 예선 랭킹라운드(순위결정전)에서 72발 합계 688점을 쏴 64명의 출전선수 중 1위로 본선에 올랐다. 682점을 쏜 2위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여유 있게 제쳤다. 한국 남자 대표팀 맏형 오진혁(40·현대제철)과 에이스 김우진(29·청주시청)은 각각 681점과 680점으로 나란히 3, 4위를 차지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남녀 개인전 및 단체전에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던 양궁에서는 이번 대회부터 혼성전이 추가돼 금메달 5개를 두고 경쟁한다. 한국 대표팀은 랭킹 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남녀 선수 각각 1명씩에게 혼성전 출전 자격을 주기로 했는데 17세의 ‘천재 궁사’ 김제덕이 형들을 모두 제쳤다. 김제덕은 마지막 6발의 화살을 모두 10점 과녁에 꽂아 넣으며 강심장의 면모를 보였다.
앞서 열린 여자 랭킹라운드에서는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한국 선수 3명이 나란히 올림픽 기록을 경신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중 최고는 역시 막내 안산(20·광주여대)이었다.
안산은 개인 예선 랭킹라운드에서 72발 합계 680점을 쏴 64명의 출전선수 중 1위를 차지했다. 장민희(22·인천대)가 677점으로 2위, 강채영(25·현대모비스)이 675점으로 3위에 오르며 한국 선수들이 1~3위를 휩쓸었다. 3명 모두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리나 헤라시멘코(우크라이나)가 세운 종전 올림픽 기록(673점)을 가볍게 넘어섰다.
경기장이 바닷가에 위치해 종잡을 수 없는 바람이 불었고, 무관중 속에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지만 안산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2019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도 금메달을 땄던 안산은 “이번 주에만 (혼성전, 단체전, 개인전 등) 3차례 경기에 나서게 됐다. 먼저 혼성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리우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전 종목 석권에 도전하는 한국 양궁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충북 진천선수촌에 유메노시마 양궁장을 그대로 재현한 세트를 설치해 적응 훈련을 해 왔다. 바닷바람을 이겨 내기 위해 5월에는 전남 신안 자은도에서 특별 훈련도 실시했다.
김제덕은 “한국에서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 결과는 노력한 만큼 나온다. 자신 있게 혼성전를 치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되는 혼성전은 24일 오전 9시 반에 시작되며, 결승은 오후 4시 45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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