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기자의 도쿄 엿보기]도쿄 찾은 테니스 男 세계 1위
올림픽-US오픈 우승 달성하면 세계 역사상 2번째 선수로 남아
스트레칭 훈련장서 기자와 만나 기록 달성 자신감에 미소 띄워
훈련땐 코치 3명과 말없이 집중… 이동중에 사인-촬영 요청 거절도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어요.”
23일 오전 11시경 일본 도쿄도 고토구의 아리아케 테니스 경기장 내에 위치한 스트레칭 훈련장.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34·세르비아)는 30분간 스트레칭을 마친 뒤 본보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조코비치는 24일 우고 델리엔(139위·볼리비아)과의 1회전을 앞두고 약간 긴장한 표정을 보였지만 미소와 함께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코비치는 “매일 하는 스트레칭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며 다음 훈련을 위해 실내연습장으로 향했다.
기자에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조코비치의 몸 풀기 운동은 ‘긴장’ 그 자체였다. 조코비치는 자신의 코칭스태프 등 3명과 함께 맨몸운동, 러닝, 서킷, 스윙 연습 등을 하는 30분 동안 단 한 차례도 웃지 않았다. 워밍업부터 말 한마디 없이 진지하기만 했다.
주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대회 관계자들이 자신의 훈련 모습을 촬영하려 하자 훈련을 하던 공을 바닥에 던지며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격한’ 몸짓을 취했다.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하는 동안 사진과 사인을 요청하는 관계자들에게도 “미안하지만 훈련을 하러 가야 하니 따라오지 말라”고 말했다.
조코비치가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도쿄 올림픽 금메달이 단순한 올림픽 금메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5월 “무관중으로 열리는 올림픽에는 불참할 수 있다”고 했던 말까지 뒤집고 올림픽 참가를 강행했다. ‘골든슬램’이라는 대기록 달성을 위해서다. 올해 열린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에서 내리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한 해에 4대 메이저대회 우승을 모두 거머쥐는 ‘캘린더 그랜드슬램’ 달성까지 단 1개 대회(US오픈·8월 30일 개막)만을 남겨둔 조코비치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US오픈까지 우승하면 ‘골든 슬램’을 달성한다. 이 기록은 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남녀를 통틀어 유일하게 달성한 ‘대기록’이다. 남자 선수 중에서는 아직 이 기록을 달성한 이가 없다.
조코비치는 대기록 달성을 앞에 두고 “골든슬램이라는 내 꿈이자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꼭 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조코비치가 훈련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조코비치의 간절한 바람이 말뿐이 아님을 증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례 없는 올림픽이 된 도쿄 올림픽에 조코비치가 ‘전례 없던’ 기록을 작성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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