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일본 도쿄도 고토구 아리아케 테니스 경기장의 센터코트. 음악이 흘러나오고 코트를 정비하느라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장내 아나운서의 이 같은 외침에 일순간에 정리가 됐다. 이날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 중에서 가장 큰 순간이었다. 다른 선수를 소개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데시벨’이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우레와 같은 소개를 받고 등장한 일본 여자테니스 간판스타 오사카 나오미(24·세계랭킹 2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헤드폰을 쓰고 등장했지만, 움직임만큼은 다른 그 어떤 대회보다 당당했다. 유니폼도 일본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입었고, 모자와 신발도 빨간색을 착용했다. 심지어 오사카는 길게 땋은 머리의 뒷부분도 빨간색으로 염색했다.
경기 분위기도 다른 선수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오사카에 앞서 세계랭킹 1위 애슐리 바티(25·호주) 경기가 있었지만, 올림픽 관계자와 취재진만 경기장에 입장이 허용돼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하지만 오사카의 경기가 시작되자 경기장 주변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일본 관계자들이 모두 경기장으로 들어와 오사카의 경기를 지켜봤다. 다른 경기에서는 나오지 않던 선수에 대한 연호와 박수 소리도 오사카 경기에서만 볼 수 있었다. 오사카가 23일 개회식에서 성화 최종 점화자로 나서며 전세계 이목을 한껏 받은 영향도 있어 보였다.
오사카 역시 이런 응원을 의식했는지 정싸이싸이(중국·52위)를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1시간 27분 만에 2-0(6-1, 6-4) 완승을 거뒀다. 이날 오사카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고, 서브 속도도 170km까지 나오는 맹타를 휘둘렀다. 바티가 첫 판부터 패하는 이변에 휘말리면서 오사카의 금메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트 밖에서 오사카가 언론을 대하는 태도도 달랐다. 오사카는 올해 6월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에서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기자회견에 불참하기도 했다. 그 바람에 벌금을 받았던 그는 언론 인터뷰에 대한 불만과 자신의 우울증을 고백하며 기권을 했다. 오사카는 당시 “나와 동료 선수들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서 움직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오사카는 이날 경기 직후 코트에서 진행되는 인터뷰에서 3개 언론사와 차례로 인터뷰에 응했다. 심지어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는 마이크가 놓인 곳을 차례로 걸어가며 인터뷰에 응했고, 인터뷰를 하지 못한 언론사를 위해 접시에 녹음기를 받아 올려두고 한 차례 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날 오사카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여러 차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를 거부할 권리”를 외치며 메이저대회를 기권했던 오사카의 모습은 도쿄올림픽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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