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아직 근육 하나 남아” 끝없는 도전
“중년, 하면 다 할수 있습니다”… 금메달 결정 마지막 ‘텐’ 적중
‘한국 최고령 올림픽 메달’ 역사 써
“이제 그만하는 게 좋겠다. 빨리 수술하고 치료하자.” 2017년 여름 한국 남자 양궁의 맏형 오진혁(40)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오른쪽 어깨가 안 좋아 참으면서 운동을 했지만 팔을 들어 올리기조차 어려워지면서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다. 오른쪽 어깨 근육과 오른팔 위쪽 근육 일부가 완전히 찢어졌다고 했다. 어깨 회전근 4개 중 3개가 끊어져 있었던 것. 심각하게 은퇴를 고민하던 오진혁은 “마지막 한 개의 근육이 끊어질 때까지 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계속 활을 잡은 그는 2020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올림픽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최종 3명 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도쿄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23세나 어린 김제덕 등과 1년에 10만 발을 쏘는 노력 끝에 2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젊은 시절 그는 모처럼 쉬는 날에도 혼자 양궁장에 나와 활을 쏘던 연습벌레였다. 하지만 하나밖에 남지 않은 근육으로는 대표팀 훈련과 경기를 소화하기에도 벅찼다.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가슴 근육 등을 많이 쓰는 폼으로 자세도 약간 바꿨다.
26일 열린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오진혁은 3번 사수로 나섰다. 오랜 경험을 앞세워 승부를 결정짓는 포지션을 맡았다. 고비마다 고득점을 올렸고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마지막 화살을 10점 과녁에 꽂아 넣으며 대미를 장식했다.
오진혁은 이날 금메달로 역대 한국 선수 최고령 올림픽 메달리스트(39세 11개월 11일)라는 또 다른 기록을 한국 스포츠 역사에 새겼다.
“할 수 있습니다. 안 해서 못 하는 거지, 하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젊은 마음이 내 몸을 젊게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과 같은 대한민국 중년을 향해 던진 오진혁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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