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은 좌절됐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짜릿한 승부를 펼쳤다.
한국 수영의 ‘기대주’ 황선우(18·서울체고)가 27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5초26으로 7위를 기록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박태환(32)의 은메달 이후 자유형 200m에서 9년 만의 메달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좌절됐다.
초반 페이스는 ‘압도적’이었다. 50m 구간을 23초95, 100m 구간을 49초78로 통과했는데, 이는 2009년 독일의 폴 비더만이 기록향상에 도움이 되는 전신수영복을 입고 세계신기록을 세울 당시의 50m(24초23), 100m(50초12) 구간의 기록보다 빠른 페이스였다. 세계기록을 넘는 황선우의 페이스에 경쟁자들은 황선우의 허리 부분까지 뒤쳐지기도 했다. 전신수영복을 입지 않고도 폭발적인 레이스를 펼치는 황선우의 모습에 장내는 술렁였다.
하지만 후반부가 아쉬웠다. 황선우는 150m 구간까지 1분16초56초로 1위를 유지했는데, 비더만의 페이스(1분16초30)보다 쳐졌다. 그 사이 경쟁자들도 황선우의 허리에서 가슴, 팔꿈치까지 따라붙기 시작했다. 150m 구간을 통과한 이후 경쟁자들의 추격을 하나 둘 허용하기 시작한 황선우는 결국 메달권 밖으로 벗어났다.
금메달은 영국의 톰 딘(1분44초22), 은메달은 영국의 덩컨 스콧(1분44초26), 동메달은 브라질의 페르난도 쉐퍼(1분44초66)에게 돌아갔다. 황선우가 한국기록을 새로 쓴 예선(1분44초62)때의 모습만 보였다면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경기 후 황선우는 “후련하다”고 말했다. 처음 참가한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많은 관심을 모아 부담감이 만만찮았을 터. 레이스에 대해 “경쟁자들을 따라가면 밀리는 경향이 있다. 예선 때처럼 오버페이스가 나더라도 먼저 치고 나가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지도자들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25일 예선 당시 황선우는 초반부터 치고 나가는 전략을 끝까지 유지하며 박태환이 2010년 세운 한국기록(1분44초80)을 11년 만에 갈아 치웠다.
후반부 페이스가 떨어진 원인은 결국 체력이다. 황선우도 “100m 지점을 턴한 뒤부터 예선 때는 못 느꼈던 피로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150m 지점을 통과하고부터는 버거웠다. (이번 대회를 통해)체력과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100m지점까지 49초78이었다고 말하자 “진짜요?”라고 되묻고 “100m까지 예선처럼 50초 초반을 생각했다. 150m부터 왜 밀렸는지 납득이 간다”고 말했다.
황선우는 이날 오후 남자 자유형 100m 예선(7조·19시17분), 남자 계영 800m 예선(2조·20시7분)에 나선다. 황선우는 “남은 종목도 준비해온 대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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