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초 흑인 여자 수영선수의 올림픽 데뷔전을 앞두고 해당 선수가 흑인 머리카락에 알맞게 개발된 수영모를 쓰지 못하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림픽에 ‘포용성 부족’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2020 도쿄올림픽 여자 10K 마라톤 수영에 출전하는 영국 최초 흑인 수영선수 앨리스 디어링(24)은 부피가 큰 곱슬머리 때문에 일반적인 수영모 안에 머리카락을 집어넣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디어링은 일반 수영모보다 머리통을 감싸는 부피가 커 흑인들의 더 굵은 머리카락에 맞게 고안된 영국회사 ‘소울캡’의 수영모를 평소 애용하고 있다.
하지만 디어링은 이번 올림픽 경기에 이 수영모를 쓰지 못한다. 국제수영연맹(FINA)이 소울캡 제작사가 낸 올림픽 경기 사용 신청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FINA는 ‘자연 두상에 맞지 않고 이제껏 국제경기를 치르면서 어느 선수도 그런 크기나 형태의 모자를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의회 반인종차별주의 및 포용성 소위원회 의원들은 지난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이 같은 결정은 “유색인종, 특히 흑인 여성을 배제하는 제도적 구조와 규칙”이라며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서한 작성을 주도한 사미라 라파엘라 네덜란드 유럽의회 의원은 “소울캡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무지와 인종차별을 보여줄 뿐”이라며 FINA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지금은 2021년이고 고정관념이 바탕이 된 규칙은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유색인종 사회에서 해당 논란은 단순히 특정 수영모의 올림픽 경기 사용 금지가 아니라 또 다른 ‘부당함’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시몬 마뉴엘이 흑인 최초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가 됐지만 이후에도 엘리트 수영에서 흑인 수영 인구가 여전히 미미한 수준임을 지적했다.
현재 미국 국가대표 팀에도 흑인 선수는 마뉴엘과 나탈리 힌즈 두 명 뿐이다. 두 선수는 모두 별도의 스폰서사에서 전용 수영모를 지원받고 있다. 다만 흑인만을 위한 수영모가 올림픽에서 불허된 것에 대해 마뉴엘 역시 “수영 종목의 포용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소울캡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이 커지자 FINA는 앞선 6월 올해 안에 해당 제품의 국제대회 사용 신청에 대한 검토를 다시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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