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체조가 숨겨 놓았던 비장의 카드 신재환(23·제천시청)이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새로운 ‘뜀틀 황제’에 등극했다.
신재환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받아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과 동점을 이뤘다. 하지만 두 선수의 1, 2차 시기 시도 점수 중 신재환이 2차 시기에 시도한 여2(난도 5.6) 점수가 14.833점으로 가장 높았기 때문에 우세 판정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아블랴진의 최고 점수는 2차 시기(난도 5.6)의 14.800점이다.
전날 한국 여자 체조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따낸 여서정(19·수원시청)에 이어 한국 체조는 연이어 남녀 뜀틀에서만 두 개의 값진 메달을 건졌다. 2012 런던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 양학선 이후 9년 만에 나온 한국 체조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다. 한국 체조는 이번 대회에서 금 1, 동 1개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다.
신재환은 경기 뒤 “2차 시기까지 뛰고 그냥 ‘잘했다’는 안도감으로 기뻤다. 1차 시도 때 안 될 줄 알았다. 뜀틀에 손을 짚자마자 느낌이 안 좋아서 무조건 착지 때 잘 서자고만 생각했는데 운이 작용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결정지은 2차 시기에 수행한 기술은 ‘여2’다. 여서정의 아버지인 여홍철 경희대 교수(50)의 이름을 딴 기술이다. 신재환은 여2 기술에 대해 “90% 완성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한국 체조의 대선배인 여 교수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여2’ 기술로 은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은 23세 신재환이 완벽한 ‘여2’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여 교수는 TV 해설위원으로 후배의 우승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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