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9시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터키와의 8강전을 치르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열쇠는 단연 김연경(33)이다. 공격과 블로킹은 물론 리시브까지 팀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 김연경은 조별리그 5경기 중 4경기 동안 한 차례도 교체 없이 코트를 지켰다. 오른쪽 무릎에 테이핑을 감고 나온 김연경은 허벅지에 테이프를 붙였다 떼면서 생긴 피멍 자국으로 팬들이 걱정하기도 했다. 정작 스스로는 “괜찮다”고만 말한다.
오랜 세월 월드스타로 활약하는 건 몸에 밴 체력관리 덕분이다. 2005년 김연경이 V리그에 데뷔했을 때부터 꾸준히 그의 트레이닝을 담당해온 이상화 트레이너를 통해 배구여제의 자기관리 노하우를 살펴봤다. 이 트레이너는 지난 시즌 흥국생명에서도 김연경의 훈련을 도왔다.
터키, 일본, 중국 등 해외무대에서 혼자 생활해온 김연경은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시간 넘는 접전을 치른 뒤에도 정상 컨디션을 빨리 되찾아야 다음 경기에 바로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는 경기시간이 널뛰다 보니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4일 터키전도 오전 9시에 시작되다 보니 적어도 오전 6시에 일어나야 한다. 김연경은 평소 밤 12시 전에 취침을 하고 8시간 정도 수면시간을 꼭 지킨다.
매일 1시간∼1시간 반가량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 코어 및 파워 운동도 거르지 않는다. 케틀벨, 슬라이딩 보드 등 몸 상태에 따라 다양한 훈련을 한다. 스쾃의 경우 60∼70kg 중량을 짊어진다. 시즌 전에 최대한 중량을 올렸다가 시즌 중에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식이다. 이 트레이너는 “연경이는 큰 키(192cm)에 비해 몸의 균형이 잘 잡혀 있고 하체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크게 가리는 음식은 없다. 붉은 고기는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지 않으면서 닭발, 곱창 등 자극적인 음식은 가급적 피한다. 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철저하게 미리 차단하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 당시 복근이 찢어진 경험이 있는 만큼 부상 방지 차원에서 스트레칭도 신경을 쓴다. 이 밖에 멘털 관리를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명상 등도 꾸준히 하고 있다.
이 트레이너는 “평소에는 농담도 잘하지만 운동만 시작하면 집중력이 달라진다. 강도 높은 볼 훈련을 하다 보면 트레이닝에 소홀하기 쉬운데 연경이는 (트레이닝도) 100%를 넘어 110%로 한다”고 설명했다.
남모를 노력 덕분에 김연경을 향해 “(배구계의) 리오넬 메시 이상의 선수”라는 말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말을 한 사람이 4일 맞붙는 터키 대표팀 조반니 귀데티 감독(49)이다. 김연경이 터키 페네르바흐체에서 뛸 당시 라이벌 팀 바키프방크의 감독이었던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는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고 한국을 8강에서 탈락시켰다. 배구여제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설욕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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