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2연패는 좌절됐지만 한국야구가 염원하던 왼손 에이스를 얻은 건 위안이었다. 지면 금메달 도전이라는 꿈도 물 건너갈 절체절명의 순간, 대표팀의 막내 이의리(19·KIA)는 공 하나 하나에 희망을 실으며 적어도 자기가 마운드에 선 순간 승부를 팽팽하게 이끌었다.
이의리는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 5이닝 동안 5안타(1홈런) 2볼넷 9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특히 9개의 삼진 중 7개가 상대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낼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실점이 ‘2사 이후’ 나온 부분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이의리의 호투 덕에 그가 마운드에 서있는 동안 한국은 미국과 1점 차의 팽팽한 승부를 벌이며 결승 꿈을 꿀 수 있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의리는 절체절명의 순간 빛을 발했다. 앞선 1일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안타(1홈런) 3실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놨다. 이날도 삼진을 9개나 뽑아냈다. 이날 한국이 9회말 3점을 내며 4-3 역전승을 거뒀는데, 이의리의 호투가 없었다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승부욕도 에이스답다. 경기 후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마음으로 일본에 온 게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지만 이의리는 패배 후 아쉬움에 더그아웃에 한참을 앉아있다 나와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일본과 (결승에서) 다시 한 번 붙고 싶었는데 안 돼서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2경기 10이닝 9안타(2홈런) 18삼진 5실점 평균자책점 4.50. 올 시즌 프로에 갓 데뷔한 이의리가 올림픽이라는 큰 국제무대에서 거둔 값진 성적이다.
3, 4위전으로 밀린 한국은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을 두고 경기를 치른다. 여기서 지면 ‘노메달’. 야구 강국이라고 자처해온 한국이 6개 팀 중 4위, 야구 변방으로 밀려난다.
한국을 벼랑에서 건질 첫 주자로 김민우(26·한화)가 선발로 나선다. 2015시즌 데뷔해 한동안 유망주로 불린 김민우는 올 시즌 전 새신랑이 된 후 한화를 대표하는 토종선발로 자리매김했다. KBO리그 16경기에서 9승 5패 평균자책점 3.89을 기록하며 류현진(34·토론토) 이후 보기 힘들어진 한화의 ‘토종 10승’ 계보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2경기에 나와 6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선발은 지난 경기에서 한국을 상대한 라울 발데스(44)다. 패스트볼 시속이 평균 130km대에 그쳤지만 구석 구석 꽂히는 제구로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선발 김민우에게는 에이스다웠던 이의리의 모습이, 한국 타선에는 두 번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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