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콤바인 결선 마지막 리드 종목에서도 8번째 마지막 순서.
‘암벽 신동’ 서채현(18·신정고)이 힘든 고비를 넘기고 35번째에 이어 36번째 홀드를 잡는 순간 경기장에 ‘아’ 하는 탄식이 쏟아졌다.
서채현이 2020 도쿄 올림픽에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서채현은 스피드 8위, 볼더링 7위, 리드 2위로 전체 8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 리드에서 1위를 했다면 동메달이었다.
예선에서 전체 2위로 결선에 오른 서채현은 가장 약한 스피드에서 체력을 아끼고, 볼더링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뒤 주종목인 리드에서 완벽한 마침표를 찍으려 했다. 8명이 겨룬 결선은 애초부터 6명이 메달을 놓고 다투는 승부였다. 예선에서 스피드 1, 2위를 했던 알렉산드라 밀로스와프(폴란드), 아누크 조베르(프랑스)는 리드에서 19위, 15위를 차지하며 전체 7, 8위로 결선 막차를 탔다. 둘은 볼더링과 리드가 약해 메달 가능성이 희박했다.
결선 첫 종목 스피드(15m 높이의 경사벽을 빠르게 오르는 종목)에서 서채현은 9초85로 최하위를 기록하고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최대 관건이었던 두 번째 볼더링(로프 없이 4분 안에 4.5m 높이의 벽을 다양한 루트를 거쳐 올라가는 종목)에 발목이 잡혔다.
예선 볼더링에서 20명 중 5위를 했던 서채현에게 상당히 어려운 벽이 나왔다. 8명 중 금메달을 딴 야냐 가른브레트(슬로베니아) 만이 단 두 번 꼭대기(TOP)를 잡았을 정도가 난이도가 높았다.
루트 간격이 멀어 손과 다리가 닿지 않았던 1번 코스를 실패한 서채현은 2번 코스에서도 고전하며 TOP과 중간 지점(Zone)에도 오르지 못했다. 양 팔과 양 다리를 모두 지탱하고 있어야하는 첫 루트에서 다음 윗 루트로 가는 거리가 1.86m로 멀었다. 3번 코스에서도 앞선 두 차례 실패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며 7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서채현은 스포츠클라이밍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리드에서 예선 1위, 결선 2위를 차지하며 3년 뒤 파리 올림픽에서의 메달 전망을 밝혔다. 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은 스피드와 볼더링, 리드 종목별 순위를 곱해 가장 낮은 점수을 얻는 순으로 최종 순위를 선정한다. 선수별 장기와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초대 올림픽에서 3종목을 합산하는 경기 방식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리드가 일정 시간 안에 빠른 판단력과 지구력, 순발력 등을 활용해 완등을 한다는 스포츠클라이밍의 본래 취지에 가장 잘 맞는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스피드 종목과 볼더링-리드 종목이 분리된다. 리드 최정상인 서채현으로서는 메달 진입이 더 유력해진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지휘했던 황평주 감독(본지해설위원)은 “리드에서 채현이가 압도적인 것은 인공 암벽에 부착된 루트의 의도를 빨리 파악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점수에 계산 안 되는 스탠스 홀드(발을 딛는 부분)를 밟지 않고 무리하게 올라가다 대부분 떨어졌다. 하지만 채현이는 스탠스 홀드를 충분히 활용하고 손으로 잡는 홀드 위치를 잘 캐치해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의 성봉주 연구위원도 “서채현은 게임을 하듯 루트 파인딩을 한다. 실질적인 등반 능력을 경쟁한다는 점에서 리드 1등이 스포츠클라이밍 전체 1등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후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 서채현은 “결선까지 즐겁게 할 줄 알았는데 욕심이 생겼다. 결선 무대를 뛰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겠다”며 “스포츠클라이밍은 홀드를 하나씩 더 잡을 때마다 성취감을 주는 종목이다. 볼더링을 보완해 파리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암벽 여제’ 김자인을 비롯해 대표팀 동료 등 4인방이 함께 맞춘 금빛 헤어핀을 결선에서 머리에 묶고 의지를 보였던 서채현은 금메달 대신 금빛 희망을 가득 안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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