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세계 2위’ 브라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상 첫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팬들은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과 투지에 박수를 보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배구 대표팀은 지난 6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준결승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경기를 앞두고 브라질의 주포 탄다라 카이세타가 도핑에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3세트 모두 16점씩만 빼냈을 만큼 경기력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라바리니 감독은 경기 직후 “브라질과 레벨 차이를 느낀 경기였다. 이런 경기에서는 아쉬움보다 상대에게 축하를 보내는 게 맞다”고 했다.
첫 결승 진출을 간절하게 바랐던 팬들도 아쉽지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라고 박수를 보냈다. “오늘 경기 충분히 잘했다. 최고의 경기였다”,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하는 게 보여서 감동적이었다”, “끝까지 공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 눈물이 나더라” 등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같은 응원은 역대 전적 등 상대적으로 밀린다는 평가에도 투혼을 발휘한 대표팀의 모습 때문으로 보인다.
여자배구팀은 지난 4일 ‘세계 4위’ 터키를 꺾고 4강까지 올라 팬들을 열광케 했다. 경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한국이 열세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그 예측을 뒤집고 9년 만의 4강 진출을 이끌어낸 것이다. 지난달 31일 일본전에서는 피 말리는 5세트 듀스 접전 끝에 승리하기도 했다.
반면 야구의 반응은 다르다. 위로와 박수, 응원보다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야구 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도 군 면제 혜택을 주면 안 된다’는 취지의 글까지 올라왔다.
앞서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5일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전에서 미국에 2-7로 패했다. 전날(4일) 승자 준결승전에서는 일본에 졌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무패 우승’의 신화를 일군 한국은 야구가 13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돌아오자 ‘대회 2연패’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야구 팬들은 결과보다는 두 차례 준결승전 경기 내용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무기력한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을 향해 비난을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021 도쿄올림픽 야구에서 동메달을 취득하더라도 군 면제 혜택 취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병역 특례법은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됐다”며 “과연 야구팀이 국위선양을 했다고 누가 생각하겠느냐.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유의미한 순위를 기록한 선수들에 비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야구는 6개 팀이 출전, 3위만 해도 동메달을 획득한다. 이를 두고 졸전을 거듭한 대표팀이 마지막 경기에서 이겨 동메달을 획득해 군 면제 혜택을 받으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편 여자배구는 오는 8일 오전 9시 세르비아와 동메달을 놓고 다툰다. 야구는 같은 날 낮 12시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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