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8회 역전당한 후 더그아웃 강백호 표정 화면에 잡혀
해설하던 박찬호도 “저래선 안 돼”…야구 종목 부활전 마지막 대회인
2008년 베이징선 9전 전승 우승…일본은 결승서 美 꺾고 첫 금메달
3년후 파리올림픽 야구 제외되지만 2028년 LA올림픽엔 채택 가능성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6-10으로 역전패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신화를 일궜던 ‘디펜딩 챔피언’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결과다.
전체 6개 팀 가운데 4위라는 성적도 민망하지만 수십억 원의 몸값을 받는 선수들의 무기력한 모습에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수차례의 득점 기회를 맞고도 타선은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미숙한 베이스 커버 등 허술한 수비로 실점의 빌미를 주기도 했다.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것은 강백호(22·KT)가 보여준 태도였다. 패색이 짙어진 8회초 TV 중계 카메라는 더그아웃 펜스에 앞쪽으로 몸을 기대고 있던 강백호를 비췄다. 그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KBS 해설위원으로 중계를 하던 박찬호(48)는 “이러면 안 됩니다. 더그아웃에서 계속 파이팅 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질지언정 우리가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됩니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일본 스포츠 전문매체 더 다이제스트는 “강백호는 뭔가에 충격을 받았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이미 한국 야구는 올림픽 개막 전부터 부정적인 여론을 받고 있던 터였다. 내야수 박민우(NC)와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키움)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적 음주 모임 파문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사적 술자리에 참석했던 NC 선수들을 시작으로 두산과 한화 등에서 연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KBO는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2000년대 후반까지 한국 야구는 투지와 근성으로 세계 정상권을 유지하며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의 성과를 일궜다. 국제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국내 리그에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100억 원대 자유계약선수(FA)들이 속출하는 최근 들어 오히려 투지와 근성은 실종됐고, 사건 사고는 차고 넘쳤다.
야구 원로인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요즘 야구를 보면 배에 기름이 껴서 그런지 예전처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도 “많은 응원을 받았던 과거 대표팀과 달리 요즘은 대표팀을 향한 조롱이 넘친다. 이 모든 건 후배들이 자초한 부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야구 대표팀은 8일 빈손으로 귀국했다. 김경문 감독은 “국민들이 많이 응원해주셨는데 기대에 보답을 못 해서 마음이 매우 아프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백호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는 “역전되는 순간에 자기도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고 있더라. 선배들과 지도자들이 가르치고 주의를 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명예회복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먼 훗날에나 가능하다. 야구는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다시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구 결승에서는 일본이 미국을 2-0으로 꺾고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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