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47)은 도쿄 올림픽 근대5종에서 첫 메달을 딴 전웅태(26) 소식을 누구보다 반겼다. 코트에서 ‘국보급 센터’로 활약하며 한국 농구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서장훈은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운동선수 후배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전웅태가 출연한 인연도 있어 도쿄에서 거둔 전웅태의 동메달 쾌거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 프로그램에서 전웅태는 “사람들이 근대5종이 어떤 종목인지 잘 몰라 고민”이라고 하자 서장훈은 개그맨 이수근과 함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답”이라고 조언을 해줬다. 전웅태에 따르면 자신이 태극마크가 새겨진 국가대표 유니폼 차림으로 국제대회에 나가려고 공항에 가면 주위에서 무슨 운동하느냐고 묻기는 하는데 근대5종이라고 하면 “아~. 네네” 하면서 낯설어하고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는다는 것. 정작 본인은 누군가 종목 설명을 해달라고 하면 언제든 알기 쉽게 답할 수 있도록 준비까지 하고 있는데도 말할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고 한다.
서장훈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전웅태의 동메달에 대해 “지난해 도쿄 올림픽도 연기되고 코로나 때문에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어려움을 접했다.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를 제대로 펼칠 수 없을지도 몰라 걱정했다”며 “전웅태 선수가 5년의 기다림 끝에 좋은 성과를 얻어 너무 기뻤다.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극소수 인기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운동선수들이 주위의 관심을 덜 받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지속적인 애정은 이상론일 수 있다. 전웅태 선수가 너무 주위를 의식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성취감을 통해 행복한 운동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전했다.
서장훈이 청춘을 바친 농구도 요즘은 그 인기가 국내에선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 은퇴한 서장훈이 방송 활동을 시작한 계기 가운데 하나는 농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흥미를 높이고 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선의가 포함돼 있었다. 과거 서장훈은 “요즘 프로농구 인기스타라고 하는 후배들도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한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크니까 다른 종목인 줄 아는 경우도 많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는 “스포츠가 인기를 유지하고 많은 사랑을 받으려면 국제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고 팬들의 구미에 맞추는 변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농구만 하더라도 허름한 경기장 식당에서 찌개 먹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난만큼 시설을 개선하고 새로운 관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서장훈은 방송에서 전웅태에게 국가대표의 사명감을 강조했다. 비록 자기 종목을 몰라주고 관심이 떨어진다고 해도 국가를 대표하고 있는 만큼 본인이 감수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 서장훈 농구 인생의 최고 황금기 가운데 하나는 2002 부산 아시아경기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결승에서 중국을 꺾었을 때다. 한국 남자 농구가 20년 만에 금메달을 딴 순간이었다. 전웅태는 방송에서 “내가 사랑하니까 너도 사랑하라고 하는 건 강요일지 모른다. 국가대표로 열심히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줄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장훈과 전웅태는 재회할 수 있을까. 서장훈은 “전웅태 선수가 ‘고민 있으면 한번 더 나와야 하나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기회가 되면 어디서든 한번 보고 싶다”고 후일을 기약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