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다시 찾아오지 않을 천금 같은 기회다. 69일 만에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이 벼랑 끝에서 모든 것을 걸고 생존 경쟁에 돌입한다.
텍사스 구단은 25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원정경기에 앞서 양현종을 26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8경기에 등판해 승리없이 3패, 평균자책점 5.59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양현종은 트리플A에서도 10경기에 등판(9경기 선발)해 3패,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하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 최근엔 선발 자리를 내주고 불펜으로 밀리기도 했다.
긴 터널 속을 헤메던 양현종에게 지난 24일 기회가 찾아왔다.
텍사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번지며 많은 선수들이 이탈하는 악재가 발생한 것이 양현종에게는 호재가 됐다. 특히 투수들이 대거 빠지면서 마운드에 구멍이 생겼고, 텍사스는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양현종을 비롯한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콜업했다.
실력이 아닌 팀 사정상 발생한 상황이지만 양현종에게 기회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이탈한 선수들이 돌아올 때까지 호투를 이어가며 반드시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그래야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다. 사실상 양현종에게 찾아온 마지막 생존 기회다.
크리스 영 텍사스 단장은 양현종의 쓰임새를 못박지 않았다. 다만 “긴 이닝을 소화할 이닝 이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되지만, 그러지 못한다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냉혹한 경고이기도 하다.
텍사스는 기회를 다시 줬고 공은 양현종에게 넘어왔다. 현 상황에서 양현종에게 보직은 큰 의미가 없다. 그저 지금은 팀이 필요로 할 때 마운드에 올라가 호투하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올 시즌 초 불펜에서 시작해 선발 자리를 꿰찬 것처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영 단장은 “(현재 상황이) 누군가에겐 빅리그에서 빛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진부하지만 정확한 격언을 양현종의 것으로 만들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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