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은 요즘 ‘잇몸 야구’를 한다.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던 투수 셋이 한꺼번에 이탈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에이스 브리검(33)과 한현희(28), 그리고 안우진(22)이다.
지난 시즌 후 키움과 결별했다가 올해 5월 대체 외국인으로 합류한 브리검은 7승 3패 평균자책점 2.95로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달 12일 2020 도쿄 올림픽 휴식기를 앞두고 아내 간호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감감무소식이다. ‘집안일’인 만큼 키움도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지난달 초 수원 방문경기 도중 숙소를 무단이탈해 술자리를 가져 물의를 빚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해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각각 3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한현희는 구단 자체 징계가 더해져 출장정지가 51경기로 늘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고개를 숙이며 “징계가 끝나도 쉽게 뛰게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올림픽에서 6경기 146개의 공을 던진 마무리 투수 조상우(27)도 피로 누적으로 후반기 개점휴업 중이다.
그럼에도 키움은 25일 현재 후반기 12경기에서 7승 5패로 선전하고 있다. 전반기를 6위로 마쳤지만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를 지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후반기를 앞두고 키움은 LG에 내야수 서건창(32)을 내주고 투수 정찬헌(31)을 영입해 선발 한 자리를 메웠다. 정찬헌은 이적 이후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75로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반기 내내 2군에서 구위를 가다듬던 대형 신인 장재영(19)도 제구가 잡히며 후반기 들어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역시 사적 술자리 파문으로 박석민(36), 이명기(34), 권희동(31), 박민우(28) 등이 전력에서 빠진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NC 역시 오히려 성적이 상승했다. 네 선수 모두 7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으며 시즌 아웃됐지만 대체 자원들이 이들의 공백을 말끔히 메웠다.
한 해 농사를 망쳤다는 평가 속에 후반기를 맞은 NC는 최근 10경기에서 5승 2패 3무로 6위에서 4위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데뷔한 내야수 최정원(21)은 후반기 9경기에서 타율 0.429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동료들의 일탈이 역설적으로 남은 선수들에게 ‘불명예스럽게 시즌을 마칠 수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분석도 있다.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전력 자체가 좋고, 대체 선수에 대한 준비는 철저하게 하는 팀들이다. 여기에 위기의식이 더해지며 선수들 간의 결속력이 생긴 게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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