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이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회 나흘 만에 첫 메달을 확보했다. 탁구 은메달 1개와 동메달 4개다.
스타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 서수연(35·광주시청)이 끊었다. 서수연은 27일 오후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탁구 여자 단식 TT1-2 8강전에서 아나 프로불로비치(38·세르비아)를 3-0(11-4, 11-7, 11-6)으로 완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이번 패럴림픽 탁구는 3, 4위전을 치르지 않는다. 준결승에서 패해도 공동 3위로 동메달을 목에 건다. 국제탁구연맹(ITTF)과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8강전을 치열하게 치르고 결승전 몰입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이번 대회에만 한시적으로 공동 3위를 적용하기로 했다.
서수연은 28일에 준결승과 결승전을 모두 치른다. 서수연은 26일 예선에서 마리암 알미리슬(39·사우디아라비아)을 3-0, 나데즈다 브쉬바셰바(62·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를 3-2로 누르치고 8강에 직행했다. 서수연은 예선 두 번째 경기에서 브쉬바셰바와에게 먼저 2세트를 내주고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내리 3세트를 따내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서수연은 학생 시절 모델을 꿈꿨다. 하지만 2004년 자세를 교정하려고 병원을 찾았다가 주사를 잘못 맞고 경추가 손상되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 2006년 주변의 권유로 처음 탁구 라켓을 잡았는데 재능을 보였다. 서수연은 사고 후유증으로 손힘이 약해져 라켓과 손을 붕대로 감고 경기를 펼친다.
2013년 국가대표가 됐고 2014년 인천 장애인아시아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2016년 리우 대회 결승에서는 리우 징(33·중국)에게 1-3으로 패한 후 아쉬움에 눈물을 쏟았다. 서수연은 두 번째 패럴림픽 무대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로 도쿄로 왔다.
서수연은 경기 후 “몸 상태가 최고가 아니라 쉽지 않은 경기였다”며 “동메달을 따러 온 게 아니다.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강 진출자 중에 이겨본 선수도 있지만 쉬운 상대는 없다. 상대 작전을 빨리 파악해서 내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출산 후 대표팀에 복귀한 정영아(42·서울시청)도 이어 열린 여자 단식 TT5 8강전에서 판와스 싱암(20·태국)을 3-1(10-12, 11-9, 11-5, 11-7)로 누르고 4강에 진출하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정영아는 “훈련을 많이 못했는데 코치님이 ‘파이팅’을 크게 외쳐주신 덕분에 제 실력 이상으로 경기를 한 것 같다. 상대 선수와 친한 데 이겨서 좀 미안하다”고 했다.
서수연과 정영아가 막혔던 메달 물꼬를 트자 이번엔 남자 선수들이 나섰다. 남자 단식 TT1 8강전에 나선 남기원(55·광주시청)과 주영대(48·경상남도장애인체육회), 김현욱(26·울산광역시장애인체육회)이 잇따라 승전보를 전한 것. 남기원과 주영대는 28일 준결승에서 맞붙어 누가 이겨도 대표팀은 은메달을 확보하게 됐다.
패럴림픽에서 탁구는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다. 한국은 1960년 로마 패럴림픽 이후 탁구에서 메달을 총 81개(금 24개, 은 28개, 동 29개) 수확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도 금메달 1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따냈다. 도쿄 대회에선 금메달 2개와 은 4개, 동메달 5개가 목표다.
패럴림픽 탁구에 출전하는 선수들 스포츠등급은 지체장애(TT1~10)와 지적장애(T11)로 분류된다. 지체장애는 다시 휠체어를 사용하는 선수(T1~5)와 입식(T6~10)으로 나눈다. 숫자가 클수록 장애가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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