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투수에서 왼손 테니스 선수로…김명제 “많은 숙제 안고 돌아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0일 1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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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 투수에서 왼손 휠체어테니스 선수로 전향해 새 도전에 나섰던 김명제(34·스포츠토토)가 2020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쳤다. 김규성(58·한샘)과 조를 맞춘 쿼드 복식은 8강 탈락이고 단식에서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쿼드는 사지 중 세 곳 이상 장애가 있는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이다.

그러나 얻고 가는 게 많다. 김명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장애인아시아경기 휠체어테니스 복식 은메달리스트다. 그때는 오른손으로 라켓을 잡았다. 그러나 경추부상 후유증으로 오른손 감각이 점점 떨어졌다. 라켓을 오른손에 결박하고 플레이하는 데도 한계에 다다랐다. 김명제는 결국 2019년 그나마 신경이 살아있는 왼손으로 라켓을 바꿔 잡았다. 선수 생명을 건 과감한 결단이었다.

도쿄 패럴림픽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복식과 단식에서 전패를 기록했다. 그래도 승리보다 패배를 통해 더 많은 걸 배웠다. 세계 정상급 선수와 대결하며 보완점과 가야할 방향을 잡은 것.

김명제는 “많은 숙제를 안고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선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명제는 31일 귀국 예정이다.

▽내일(31일) 귀국이다. 무엇을 가지고 돌아가나?

=엄청 많은 숙제를 안고 돌아간다.

▽어떤 숙제인가?

=휠체어테니스 세계 톱 레벨 선수들과 경기하며 갈 길이 멀다는 걸 느꼈다. 단식 경기 패배 후엔 잠시 박탈감이 오기도 했다. 하루 정도 그랬다. 지금은 다 털어버렸고 많이 보완해야겠다는 마음이다.

▽무엇을 보완할 계획인지?

=패럴림픽을 통해 지켜본 게 많다. 본다고 해서 다 습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계속 노력하겠다. 오른손에 비해 왼손을 쓴 지 얼마 안됐다.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야구로 치면 초등 단계다. 세밀함을 더 키워야 한다.

▽국제대회에 왼손으로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에선 공을 넘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오른손이라면 포핸드지만 왼손은 백핸드다. 오른손으로 5, 6년 쳤는데 왼손은 2년 됐다. 움직임이 반대라 아직 어색함이 있다. 다음 공 대응도 더 빨라져야 한다. 치고 나서 공이 엔드라인 어디쯤 떨어지는지 감이 안 잡혔다. 앞으로 꾸준히 훈련하면서 감을 키워야 한다. 도쿄에서 정상급 선수와의 실력 차를 느꼈고 인정한다. 해야 할 게 많다.

▽고비는 늘 찾아오기 마련, 어떻게 극복하나

=고비는 하루에 한 번씩 올 수도, 열흘에 한 번씩 올 수도 있다. 언제나 찾아오기 때문에 결국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

▽만약 이번에 오른손으로 경기했다면?

=왼손보다 할 수 있는 플레이는 더 많았을 거다. 발리 플레이를 포함해 여러 전략을 가지고 경기를 풀어 나갈 수도 잇었다. 결과는 모르지만 시도할 게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대표팀 동료들에게 한 마디.

=함께 한 시간이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해 숙소에서 늘 붙어 있었다. 같이 도시락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아쉬움이 남지만 다들 고생 많이 했다. 복식조 (김)규성이 형은 내가 아직 준비가 덜 된 부분이 있어 힘들었을 거다. 마음 고생도 많았을 거다. 다음 대회에선 함께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패럴림픽 참여로 여러 응원을 받았을 텐데…

=생각지도 못한 응원을 받았다. 경기 후에 방송을 통해 두산 정재훈, 고영민 코치의 영상편지를 봤다. 같이 선수로 뛰었는데 옛 생각도 나고 많이 울컥했다. 형들도 이제 코치를 하고 있고 나도 나이 먹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번 대회가 ‘경험’이라면 파리 패럴림픽에선 메달이 목표인가

=우선 잘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야구할 때도 느낀 거지만 성과를 미리 생각하면 잘 안됐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면 더 좋은 성적이 나왔다. 더 성장해서 파리 대회에 가게 되면 무엇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오겠다.

▽향후 일정은?


10월에 코리아오픈이 있고 전국장애인체육대회도 있다. 국가대표 선발전도 있다. 짧은 휴식 후에 바로 연습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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