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266km. 아프가니스탄 육상 대표 호사인 라소울리(26)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이루려고 지구를 반바퀴 돌았다. 라소울리가 진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는 13.04m가 더 필요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하면서 2020 도쿄 패럴림픽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던 라소울리는 국제 사회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대회 나흘 째였던 28일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와 함께 도쿄에 입성했다.
그리고 의무 자가격리 종료 시점인 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육상 남자 멀리뛰기 T47 결선을 통해 꿈에 그리던 패럴림픽 무대를 밟았다. T47은 상체 장애가 있는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이다.
1차 시기에 4.37m 기록을 남긴 라소울리는 2차 때 4.21m로 기록이 줄었지만 3차에서 4.46m 지점에 안착하면서 개인 최고 기록을 뛰어 넘었다. 사실 라소울리의 이전 개인 최고 기록은 이날 1차 시기 때 4.37m였다.
라소울리가 세계무대에서 멀리뛰기에 나선 게 이날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라소울리는 참가 선수 13명 중 13위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이날 라소울리의 1~3차 시기 기록을 모두 더하면 13.04m가 나온다.
라소울리는 원래 100m 선수다. 그러나 이번 대회 때는 그가 입국하기 전인 27일 이미 이 종목 일정이 끝난 상태였다. 이에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서는 그에게 대신 400m에 출전한 것을 권했지만 “100m 스프린터에게 400m는 무리다. 힘들어서 못 뛴다”면서 멀리뛰기 출전으로 방향을 틀었다.
IPC는 선수 정신 건강 보호 차원에서 아프간 선수단에 대한 언론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로비엘 세르반테스(18·쿠바)가 7.46m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로더릭 타운센드(29·미국)가 7.43m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니키타 코투코프(22·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가 7.34m로 동메달리스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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