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양궁 선수에게는 ‘타도 한국’이 제1 과제다.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종목 보치아 출전 선수 목표도 같다. 한국은 이번 도쿄 패럴림픽에서 1988년 서울 패럴림픽 이후 9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노리는 보치아 절대 강국이다.
보치아는 구슬치기와 컬링을 합친 듯한 종목으로 표적구 주변으로 공 6개를 굴려 상대 선수(팀)보다 1mm라도 더 가까운 공에 1점씩 부여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뇌병변 선수가 참가하는 종목이다 보니 비장애인 경기 파트너가 홈통을 조절해 선수가 공을 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양궁에서 한국산 활이 세계 정상급으로 통하는 것처럼 보치아 홈통과 공 역시 한국산이 세계 제일이다.
예선 조 1위로 승승장구하던 김한수(29·경기도)와 정호원(35·강원장애인체육회)이 바로 이 ‘한국산 무기’에 당했다. 31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보치아 개인전 BC 8강전에서 김한수는 대니얼 미첼(26·호주)에게 0-8, 정호원은 아담 페스카(24·체코)에 3-7로 패하고 말았다. 보치아 BC3에는 사미 마비 장애가 있어 손으로 공을 굴릴 수 없는 선수가 참가한다.
이날 호주와 체코 선수 모두 한국산 홈통과 보치아 공을 가지고 나와 한국 선수를 상대했다. 한국산 보치아 공은 표적구에 붙일 때 쓰는 것과 상대 공을 밀어낼 때 쓰는 것 두 종류가 있는데 이제는 해외에서도 이 공을 주문해 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상대팀은 또 ‘장거리 표적구’를 앞세워 한국 선수들 심리를 흔드는 데도 성공했다. 한국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장애가 더 심하기 때문에 장거리 공격에 시간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가장 장애가 심한 김한수는 “실력에 쫓겨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 선수들 정보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면 해외 선수는 베일에 쌓인 경우가 많다는 것도 한국 대표팀에게는 고민거리다. 정호원의 경기 파트너인 이문영 코치는 “상대 선수가 유럽 지역 선수권 대회 우승 자격으로 패럴림픽 참가했다. 출전 기록이 많지 않아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두 선수의 금메달 꿈이 사라진 건 아니다. 페어(2인제)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정호원은 “개인전은 아쉽게 됐지만 페어가 남아있기에 잘 추스르고 가다듬어 한국 보치아가 9개 대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따는 데 일조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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