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웃으며 무대 위 주인공 됐지. 나를 괴롭히던 너는 방 안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
아프가니스탄 태권도 대표 자키아 쿠다다디(23)는 문자 그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깜깐한 경기장에 들어섰다. 홀 전체에 미국 록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가 부른 ‘선더’가 울려 퍼지고 있던 와중이었다. 이 노래 가사처럼 쿠다다디는 이 경기뿐 아니라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무대 주인공이 되어 활짝 웃었다.
2일 오전 10시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는 패럴림픽 역사상 첫 번째 태권도 경기가 열렸다. 태권도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까지는 패럴림픽 정식 종목에서 빠져 있었지만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이 됐다.
이 대회 첫날 첫 경기 주인공이 바로 쿠다다디였다. 이날 쿠다다디와 여자 49kg급 경기를 치른 지요타혼 이자코바(23·우즈베키스탄)보다 선수 소개도 빨랐다. 이 경기에 출전하면서 쿠다다디는 2004년 아테네 대회 육상에 나섰던 마리나 카림(32) 이후 아프간 역사상 두 번째 여자 패럴림픽 선수가 됐다.
쿠다다디는 원래 지난달 16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떠나 도쿄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공항이 폐쇄되는 바람에 카불에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후 국세 사회 도움으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도쿄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한 손으로 머리 보호대를 착용한 두 선수는 상대 몸통을 발로 차면서 호구 센서를 점검했다. 이제 크루퍼 제니퍼 주심이 “준비”, “시작”을 외쳤다.
두 선수는 곧바로 타격전에 들어갔다. 쿠다다디가 몸통 공격으로 먼저 선취점을 뽑았다. 그 뒤 이자코바가 반격에 나서면서 공방이 이어졌다. 1회전은 쿠다다디가 6-5로 앞선 채 끝이 났다.
그러나 이자코바가 2회전 시작과 함께 몸통 발차기를 세 번 성공하면서 12-6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3회전에서 쿠다다디가 추격에 나섰지만 더블 스코어 차이를 극복하기는 무리였다. 결국 쿠다다디가 12-17로 패했다.
쿠다다디는 왼팔에 선천적인 장애가 있다. 아프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딴 태권도 대표 로훌라 니크파이(34)를 TV에서 보고 태권도를 시작했다. 그 뒤 뒤뜰이나 공원에서 계속 연습하면서 패럴림픽 출전 꿈을 키웠다. 그리고 이날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쿠다다디와 함께 국경을 넘은 호사인 라소울리(26)는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멀리뛰기 T47에 출전해 참가 선수 13명 중 13위를 기록했다. 라소울리는 원래 100m가 주종목이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낯선 종목 경기를 통해 패럴림픽 무대를 밟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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