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10위로 일정을 모두 마쳤다.
고광엽(49)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남자 휠체어농구 9, 10위 순위결정전에서 이란에 54-64로 패했다.
A조 조별리그에서 1승4패에 그쳐 8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던 한국은 조 5위로 밀려나 B조 5위 이란과 순위결정전에서 만났다.
주장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과 맏형 김호용(49·제주삼다수)이 각각 17점, 12점으로 분전했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휠체어농구가 패럴림픽 무대에 선 건 2000 시드니대회 이후 21년만이다. 개최국 자격으로 처음 나섰던 1988 서울대회까지 포함하면 총 세 번째인데 이번에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서울 대회에선 16개국 중 13위, 시드니대회에서 12개국 중 11위를 차지했다.
목표로 했던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스페인, 터키 등 강호들을 상대로 대등하게 싸워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적지 않아 세대교체의 필요성도 절감한 대회였다. 4쿼터 승부처에서 밸런스가 무너지고, 턴오버가 자주 나온 원인이다.
한국 선수 12명의 평균 연령은 36.5세로 이날 상대였던 이란(29.9세)보다 여섯 살 이상 많았다. 한국 대표팀에는 40대 선수도 세 명(김호용·이치원·이병재)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휠체어농구 대표팀은 지난해 9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 한사현 전 감독의 영전 앞에 꼭 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이번 대회에 임했다. 한 전 감독은 국내 휠체어농구의 대부로 2010년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4년 인천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8강(6위)을 이끌었다.
2018년부터 간암 투병을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던 그는 2019년 12월 국제휠체어농구연맹(IWBF)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도쿄행 티켓을 따내며 결실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한 전 감독은 선수들이 패럴림픽 코트를 누비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선수들이 한 전 감독을 가슴에 품고 8강을 넘어 4강이라는 목표를 새겼던 배경이다.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패럴림픽 역대 최고 순위이라는 한국 휠체어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국과 이란 양국 선수들은 경기 후에 서로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박수를 보내며 격려했다.
김동현(33·제주삼다수)은 “마지막 종료 부저가 울리는데 벅차올랐다. 이번 대회를 통해 끝까지 강팀과 막상막하로 할 수 있었다는 게 소득이다. 더 끝까지 비벼볼 수 있는 팀이 되겠다”며 “4쿼터에 안일하게 플레이하는 게 반복됐다. 잘 보완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영무(43·서울시청) 코치는 “강팀에 강하고, 약팀에 약했다. 선수들의 기복이 너무 심했다. 멘탈을 강하게 해 평균을 꾸준히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 감독은 “선수들이 나이가 많다 보니 막판에 체력 문제가 나왔다. 유망주 발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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