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탁구, 단체전서 銀 “지금 제일 보고싶은 사람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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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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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거 내가 빌려줄게.”

한국 장애인 탁구 대표 김정길(35·광주시청)이 “어디서 메달을 하나 빌려야겠다”고 하자 팀 동료 김영건(37)이 이렇게 답했다.

김영건은 지난달 30일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남자 단식 TT4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딴 데 이어 2일 백영복(44·장수군장애인체육회), 김정길과 함께 단체전 은메달까지 차지해 메달이 두 개다. 한국은 이날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TT4-5 단체전 결승전에서 중국에 0-2로 패했다.

이날 은메달을 목에 건 김정길이 메달 하나가 더 필요했던 건 네 살배기 쌍둥이 아들 때문이다. 그는 “쌍둥이라서 금이든 은이든 메달 두 개를 따서 나눠줘야 한다. 그래야 유치원에 가서 사이좋게 자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건이 선뜻 메달을 빌려주겠다고 하면서 고민거리를 해결한 김정길은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아빠, 빨리 집에 갈게. 같이 공룡 보러 가자!”

사실 김영건에게도 빨리 메달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올해 1월 결혼한 아내 문미선 씨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패럴림픽 준비로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아내와 꼭 붙어 지낼 예정이다.

백영복에게 제일 그리운 건 어머니다. 백영복은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면서 “집에 얼른 가서 어머니가 해주신 집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한국 대표 선수 세 명은 경기 후 중국 대표 가운데 유독 차오닝닝(34)과 친밀함을 드러냈다. 차오닝닝은 한국 대표 문성혜(43)의 남편으로 장애인 탁구 선수 사이에서는 ‘중국 사위’로 통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아내와 2년 넘게 떨어져 연습했다는 차오닝닝은 “아내가 아이를 돌보고 일도 하면서 나를 지지해줬다”면서 “이제 가족을 볼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서수연(35·광주시청), 이미규(33·울산시장애인체육회), 윤지유(21·성남시청)가 출전한 여자 TT1-3 단체전 결승전에서도 한국은 중국에 0-2로 패하면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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