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 청년’ 주정훈(27·SK에코플랜트)이 ‘종주국’ 한국을 대표해 나 홀로 첫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나섰다.
주정훈은 3일 오후 2시 30분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 B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75㎏급 8강 패자부활전에서 파티흐 첼리크(27·터키)를 40-31로 물리치면서 한국 선수 첫 승 기록을 남겼다. 주정훈은 이날 오전 16강에서 마고메자드기르 이살디비로프(30·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와 접전을 벌여 31-35로 패한 뒤 패자부활전에 나섰다.
주정훈은 패자부활전 준결승에서 아불파즈 아부잘리(30·아제르바이잔)와 맞붙는다.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오후 8시15분 승자조 4강 패자와 동메달을 다툰다.
주정훈이 패럴림픽 첫 승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서자 외신 기자들 질문도 이어졌다. 이들은 태권도 종주국에서 출전한 유일한 선수로서 느끼는 부담감에 대해 물었다.
주정훈은 “4년 전에 태권도를 다시 시작한 후 열 번 정도 대회에 나갔다. 종주국 선수로서 단 한번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외신에서도 국내 언론에서 소개한 주정훈 할머니 이야기에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 주정훈은 태어난 직후 맞벌이하던 부모님 대신 할머니와 함께 지내다가 두 살 때 소 여물 절단기에 손목을 넣는 사고를 겪었다.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치매 투병중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주정훈은 “어린 시절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3년 전 치매에 걸리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최근에는 병원에 찾아갈 수도 없었다”면서 “저를 못 알아보신다. 아마 제가 태권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패럴림픽이 끝나면 할머니 병원에 찾아가 패럴림픽에 나가 태권도를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주정훈은 이어 “할머니 이야기만 너무 많이 했는데 어머니는 어린 시절 나를 태권도의 길로 이끄셨고, 다시 시작하는 데 가장 큰 용기와 영향을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패자부활 4강전을 넘으면 동메달 결정전에 나서게 된다. 한 경기라도 더 치르는 것이 목표냐는 질문에 주정훈이 또렷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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