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력이 낮아진 건 아닙니다. 다른 나라들의 수준이 올라간 결과라고 봐야 할 거 같습니다.”
2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올림픽센터에서 만난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종목 동메달리스트 사이프 이사(23)는 한국이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태권도 종목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이유를 묻자 이처럼 답했다.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만 해도 누구도 한국 선수들을 이기지 못했다”면서 “이후 태권도에 참가하는 국가들이 많은 투자를 하면서 실력이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이집트는 이번 올림픽에서 총 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그 중 2개를 태권도에서 따냈다. 이사와 헤다야 말라크(28·여)가 그 주인공이다. 말라크는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이번 올림픽까지 연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말라크는 “최선을 다하면 메달이 뒤따라 온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집트는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처음 태권도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태권도가 ‘효자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 태권도 인기도 뜨겁다. 이사는 “메달을 따고 이집트에 돌아온 뒤 택시를 탔더니 택시 기사가 사진을 찍자고 하고 돈도 받지 않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이후 태권도를 배우려는 이집트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말라크는 가족들이 태권도를 배워 자연스럽게 태권도를 접하게 된 경우다. 말라크는 “10살에 태권도를 시작했는데 이미 가족이 태권도를 하고 있어 여러 종목 중에서 태권도를 고르게 됐다”고 했다. 그는 “똑똑하게 움직이고 타이밍을 맞춰야 하는 점 등에 끌렸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훈련이나 대회 참가를 위해 한국도 종종 찾고 있다. 말라크는 한국체대와 용인대에서 태권도를 연습한 경험이 있고 김밥과 김치를 좋아한다. 이사는 지금까지 네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한국 음식은 입에 잘 안 맞아서 피자 같은 것을 먹었다”고 웃었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2024 파리 올림픽이다. 말라크는 “다음 대회에는 나이가 걸림돌이지만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이사는 “금메달이면 좋겠지만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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