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네르바체(터키)에서 활약 중인 김민재의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데뷔전은 살벌했다. 기본적으로 경기 내용이 치열했고 독일과 터키의 특별한 관계까지 더해져 더 과열됐다. 김민재는 거친 경기 속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김민재는 17일(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이체 방크 파르크에서 열린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D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풀타임을 소화, 팀의 1-1 무승부에 기여했다.
UEFA는 경기 하루 전부터 “프랑크푸르트는 독일 내에서도 터키 국민들이 많이 정착한 도시다. 두 팀의 맞대결은 경기장 안과 밖에서 모두 뜨거울 것”이라고 예고했던 바 있다.
실제로 이날 경기장엔 프랑크푸르트 홈팬에 더해 노란 유니폼을 입은 페네르바체 원정 팬들까지 가득 들어찼다.
독일과 터키의 사이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독일엔 터키계 이주 노동자들이 많은데, 일부 독일 국민들은 자국 내 일자리를 빼앗는 터키 국민들에게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터키 노동자들 역시 독일의 곱지 않은 시선과 부당한 대우에 불만이 쌓여 있다.
이 묘한 감정은 축구에서도 그대로 표출됐다. 터키 출신의 독일 국가대표였던 메수트 외질은 한때 독일의 영웅이었지만, 그가 고국 터키와의 연을 이어가는 게 알려지면서 독일 팬들에게 심한 욕설과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랬던 외질이 이날은 터키 프로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독일 땅에서 선제골까지 넣었다. 한이 맺혔던 페네르바체 팬들은 더 환호했고,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 시간, 페네르바체 디미트리오스 펠카스의 페널티킥이 골키퍼 선방에 걸리자 마르킴 베리샤가 재차 밀어 넣었다.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은 것이나 다름없는 골이었기에 페네르바체 선수들이 모두 모여 골 세리머니를 했다.
이 때 프랑크푸르트 팬들은 페네르바체 선수들에게 물병 등 이물질을 던졌다. 순식간에 그라운드 위에 수십 개의 물병이 쏟아졌다.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던 아찔한 장면이었다. 빅토르 페레이라 페네르바체 감독은 팬들이 던진 이물질에 뒤통수를 맞아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리샤의 골은 VAR 판독 결과 펠카스의 슈팅 전에 페널티 박스에 진입된 것으로 판명돼 취소됐다.
이 사건으로 감정이 격해진 두 선수들은 약 1분 뒤 아예 단체 몸싸움까지 벌였다. 선수들은 물론 양 팀 벤치 선수들과 스태프까지 몰려나와 멱살을 잡고 싸웠다.
이 충돌로 프랑크푸르트의 크리스티안 야키치, 아드리안 루시치, 곤살로 파센시아와 페네르바체의 브라이트 사무엘, 베르케 외제르가 모두 경고를 받았다. 심지어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서로 신경전을 벌일 만큼 아찔하고 살벌했다.
한편 김민재는 이와 같은 과열된 경기 속에서도 집중력 있는 모습으로 팀 수비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경기 종료 후엔 아쉽게 득점이 취소된 베리샤를 위로하고 다른 동료들과도 서로를 격려하며 자신의 성공적 UEL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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