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땐 다양한 투수 등판 기회
볼넷 비율 70%까지 증가하기도
후반기엔 동점서도 마무리 등판
‘필승조’ 투입에 볼넷도 사라져
올해 프로야구를 상징하는 낱말은 ‘볼넷’이다. 올해는 프로야구 40년 역사상 볼넷이 가장 자주 나오는(9이닝 4.24개) 해다. 프로야구 경기에서 9이닝당 볼넷이 4개를 넘어간 건 2009년(4.09개)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그나마 전반기에는 4.45개였던 기록이 후반기 들어 3.89개로 12.7% 정도 줄었다. 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를 갖춘 2015년 이후 전·후반기 기록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6년 동안에는 평균적으로 전반기 3.49개, 후반기 3.52개로 0.03개 차이였다.
올해 후반기 들어 생긴 제일 큰 변화는 연장전 폐지다. 올해는 9회까지 무승부일 경우 연장전 없이 승패를 가리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한다. 실제로 올해 전반기 연장전 때는 전체 405타석 가운데 17.8%(72타석)가 볼넷으로 끝났다. 정규이닝 볼넷 비율(10.5%)보다 70% 가까이 높은 숫자다.
이에 대해 한 프로야구 구단 프런트는 “경기가 연장까지 흐르게 되면 사실상 ‘패전 처리’에 해당하는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이제는 동점 상황에서도 마무리 투수가 9회에 등판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필승조’가 마운드를 오래 지키다 보니 볼넷이 줄어들게 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투수들 사이에 실력 편차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리그 참여 팀 숫자가 늘어나면 몸에 맞는 공 숫자가 늘어난다. 팀 숫자가 늘어난다는 건 이전이라면 마이너리그에 있어야 할 투수가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뛰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투수는 몸쪽 승부에 약점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몸에 맞는 공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현재 9이닝당 몸에 맞는 공은 0.57개로 지난해(0.50개)보다 역시 13% 정도 늘었다.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합친 사사구 증가율 13.3% 역시 10개 구단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숫자다. 메이저리그 연구 결과를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다면 현재 KBO리그에는 1군 전력이 못 되는 투수가 적지 않게 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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