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가 포지션 변신을 시도한 안영준(26·196cm)의 효과로 개막 2연승에 성공했다. 안영준은 시즌을 앞두고 장신 2번 슈팅 가드로 자리 변신을 했다. 3점 슛 라인 안 쪽에서 골밑을 직선적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에서 외곽에서도 공 소유 시간을 늘리고 스윙 등의 움직임으로 중거리 슛을 던지는 공격 옵션까지 선보이고 있다.
밖에서는 포인트가드 김선형과 장신 포워드 최준용(200cm)을 오가는 역할, 안에서는 현역 시절 센터이면서도 다양한 스텝 야투와 빠른 골밑 움직임을 보여줬던 전희철 SK 감독과 유사한 플레이를 펼치는 다목적 병기가 됐다. 타 팀에게는 수비수 선택을 부담스럽게 하는 ‘애매한’ 슈팅 가드다.
안영준은 “3번(스몰포워드) 자리일 때와 달리 공 핸들링 실력까지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농구에 자신감이 점점 생기고 있다. 2번 역할을 맡으면서 3점 슛은 지체 없이 간결하게 점프를 올려 쏘고 있다. 성공률이 얼마나 높아질지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안영준은 오리온과 삼성 전 두 경기에서 3점 슛 8개를 던져 4개를 림에 꽂았다.
김선형, 최준용의 플레이를 펼치는 반대편 공간을 활용한다던가, 최준용이 밖에서 안으로, 또는 안에서 밖으로 수비를 끌고 다니는 순간 비는 공간을 찾아 슛 기회를 잡는 요령도 부쩍 늘었다. 원 드리블이나 투 드리블에 이어 던지는 미들 슛도 슛 타점을 높였다. 안영준은 “전 감독님이 슛을 잡아주셨다. 타점을 머리 쪽으로 높이니 확률도 좋아지고 블록을 안 당한다는 안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안영준이 더 신경 쓰는 2번 역할은 리바운드다. 슈팅 가드가 팀 리바운드 숫자 기여는 극히 적은데 안영준은 속공과 지공에서 팀 득점이 안 될 때 적극 공격 리바운드에 가담하고 있다. 리바운드에 들어가 상대와 경합하는 것만으로도 속공과 ‘얼리 오펜스’를 저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안영준은 “이번 시즌 기록지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은 기록이 공격 리바운드 개수다. 지난 시즌 팀이 공격에 실패하면 리바운드를 내주고 속공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3쿼터 접전 상황에서 2차 공격이 안 돼 흐름을 넘겨준 적이 많았다. SK의 약점을 내가 지우고 싶다”고 말했다.
전 감독이 요구하는 모션 오펜스가 끊기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패스와 슛 결정도 하고 있다. 안영준은 “공을 길게 끌거나 패스를 잘못해 뺏기는 상황이 안 나오게끔 슛으로 결정 짓고 외국인 선수가 바짝 붙으면 템포 빠르게 패스를 하고 공간을 찾아가는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영준의 시즌 목표는 자신의 도움으로 팀이 이기는 상황에서도 점수 차를 더 벌려 완벽한 승리를 많이 하는데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이기고 있어도 불안했는데요. ‘2번 안영준’이 불안감을 지워줬으면 합니다. 그러면 더 진화하겠죠?”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