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WS)에 오른 팀은 올 시즌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팀(샌프란시스코·107승)도, 연봉을 가장 많이 쓴 팀(LA 다저스·2억4100만 달러)도 아니었다. 우승을 해야 하는 이유를 한가득 안고 온 ‘절실한’ 팀들의 맞대결이다. 누가 이겨도 눈물을 쏟을 만한 구구절절한 스토리를 지닌 두 팀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지만 우승 트로피는 하나뿐이다.
애틀랜타는 지구(내셔널리그 동부)에서 8번, 리그에서 우승을 5번 차지한 1990년대만 해도 기세가 등등했다. 하지만 20년 넘게 정상은 멀게만 느껴졌다. 1999년 이후 22년 만이자 21세기 처음으로 WS에 오른 애틀랜타는 1995년 이후 26년 만의 패권을 노린다.
챔피언십시리즈(CS)에서 거함 다저스를 꺾는 데 선봉장이 된 에디 로사리오(30)는 긴 세월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애틀랜타만큼 사연이 많다. 미네소타의 특급 유망주 출신인 로사리오는 2017∼2019시즌 3년 동안 평균 타율 0.284 28홈런 88타점의 준수한 활약을 펼치던 주전 외야수다. 하지만 지난해 주춤한(타율 0.257) 그에게 거액을 안기기 부담스러워한 미네소타에서 ‘논텐더’(소속 팀으로부터 재계약 제안을 받지 못한 선수)로 방출됐다.
절치부심하며 클리블랜드와 1년 단기 계약을 맺었지만 복부 근육 부상 여파로 고전했다. 7월 말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외야에 큰 구멍이 생긴 애틀랜타가 밑져야 본전인 심정으로 영입한 게 결국 신의 한 수가 됐다. 다저스와의 CS에서 로사리오는 타율 0.560(25타수 14안타) 3홈런 9타점의 반전 맹활약으로 팀의 WS행을 이끌었다.
휴스턴에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낯익은 선수가 있다. 2015년부터 5시즌 동안 롯데 마운드를 지킨 브룩스 레일리(33)다. 2019시즌이 끝나고 MLB 도전에 나선 레일리는 지난해 신시내티와 계약을 맺었지만 4경기 평균자책점 9.00의 처참한 성적만 남기고 방출됐다. 하지만 휴스턴 유니폼을 입고 기사회생한(17경기 평균자책점 3.94) 그는 재계약까지 했다. 명장 더스티 베이커 감독(72)의 믿음 속에 왼손 타자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보스턴과의 CS에서도 3경기 3이닝 1실점으로 믿음에 보답했다.
2017년 WS 우승 후 사인 훔치기 의혹으로 사장, 단장이 해임되는 등 쑥대밭이 된 휴스턴을 추스르려 지난해 지휘봉을 잡은 베이커 감독도 샌프란시스코 감독이던 2002년 이후 19년 만에 WS에 올라 유일하게 없는 WS 우승컵을 노린다.
27일 WS 1차전에 휴스턴은 프람베르 발데스(28)를, 애틀랜타는 찰리 모턴(38)을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2002년 애틀랜타에 입단해 2017년 휴스턴의 창단 첫 WS 우승의 한 축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모턴은 선수로서 황혼의 나이에 루키 때 입은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을 상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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