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국내 선수가 20골 이상으로 득점왕에 오른 적이 없다는데 제가 이뤄보고 싶어요.”
막바지에 이른 프로축구 K리그1에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제주 주민규(31)는 이번 시즌 축구 인생의 정점을 찍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주민규는 28일 현재 17골로 2위 수원 FC의 라스(15골)에게 2골 차 앞서 있다. 남은 파이널A 라운드 5경기에서 팀의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3위 이내 성적과 득점왕 타이틀 확정에 집중할 계획이다.
주민규가 이번 시즌 20골을 넘어 득점왕에 오르면 2016년 정조국(현 제주 코치)에 이어 5년 만에 국내 선수 득점왕과 20골 고지에 오른 선수가 된다. 2013년 번외 지명으로 2부 고양 FC에 입단해 이제 1부를 접수한 그에게 한 골, 한 골은 기록 이상으로 의미 있다.
주민규는 수비를 등지는 포스트 플레이가 국내 공격수 중 최고라는 평가다. 대신고 시절 미드필더를 해서 공을 간수하고 좌우로 펼치는 능력도 뛰어나다.
리그 톱클래스 골잡이로 입지를 굳힌 덕에 상대 수비들의 집중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 주민규는 “상대 수비수가 몸싸움을 치열하게 하고, 미리 패스를 못 받게 압박도 세다. 도움 수비도 간격을 좁혀 들어오고 있다”며 “달라진 상대 수비 템포를 읽으며 예전 K리그 최고 공격수였던 이동국 선배님의 플레이도 보며 연구 중”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민규는 27일 제주팀 숙소 인근에서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고교 은사인 임근재 감독이다. 이 자리에는 같은 고교 선배인 정조국 코치도 함께했다. 대신고 출신인 임 감독은 1992년 안양 LG(현 서울) 시절 K리그 득점왕(10골)을 차지했다. 임 감독에게 지도를 받은 정 코치는 2016년 K리그 득점왕(20골)에 올랐다.
임 감독은 “고교 때 페널티 박스 안에서 다양한 일대일 상황을 가정한 득점 내기를 하면서 훈련을 많이 시켰던 게 밑거름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도훈 선배님(전 울산 감독)의 현역 시절과 민규가 닮았다”는 정 코치는 “임 감독님께 배웠던 노하우와 접목해 민규가 ‘박스 안의 천재’가 되도록 도울 것”이라며 “2016년 내가 기록한 20골 이상을 넣어달라고 얘기했다”고 덕담을 건넸다. 주민규는 “정 코치님이 박스 안에서 공격수는 이기적이 되라고 주문한다. 박스 안에서 새 개인기술을 배우고 있고 심리적으로도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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