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특별한 DNA가 있다. 가을야구에 돌입한 뒤 두산 베어스의 상승세가 무섭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까지 거침없이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두산이 포스트시즌 때 강한 면모를 보이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이다.
두산은 14일부터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팀 KT 위즈와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를 치른다. 많은 전문가와 팬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매치업이다.
정규시즌 4위를 차지한 두산은 포스트시즌 들어 자신들보다 전력이 낫다고 평가받던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를 차례로 제압했다. 그리고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인 워커 로켓, 아리엘 미란다 없이 최원준, 곽빈, 김민규 등 3명의 국내 선발 투수와 이영하, 홍건희, 이현승 등의 계투진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운영했다. 마운드가 낮아 보였지만 김태형 감독은 과감한 운영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9-3로 앞선 5회초 베테랑 이현승이 타자 2명에게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하고 1실점하자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를 바로 마운드에 올려 흐름을 끊었다. 이후 6회 두산의 야수들이 6점을 뽑아내자 필승조를 아끼면서 승리를 챙겼다.
6년 동안 가을야구를 치른 김태형 감독은 크게 앞선 상황에도 불구하고 단기전에서 흐름을 내주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 빠르게 손을 썼다. 김 감독의 경험과 과감한 결정을 볼 수 있는 선택이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최종 3차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김민규가 1회 피안타 2개 볼넷 2개로 1점을 내주자 2회부터 바로 이영하를 투입했다. 당초 계획은 3회 이후에 이영하를 투입하려고 했지만 한 타이밍 빠르게 투수를 교체했다. 노림수는 적중했다. 이영하는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승리 투수가 됐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김태형 감독은 4⅓이닝 2실점을 기록 중이던 선발 투수 최원준을 5회 1사 만루 상황이 되자 홍건희로 빠르게 바꿨다. 홍건희는 자신이 상대한 첫 타자 오재일을 2루 땅볼로 유도, 병살타로 막아내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투수 교체는 과감하게 하지만 타자들에게는 신뢰를 듬뿍 줬다.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 들어서 1번타자 정수빈부터 6번타자 허경민까지 타순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특정 선수가 부진해도 계속해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3번타자 박건우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부진했을 때 김 감독은 “박건우는 우리 팀에서 가장 콘택트 능력이 좋고 잘 치는 타자다. 믿고 가야 한다”고 두둑한 믿음을 보였다. 그리고 박건우는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타율 0.417을 기록하며 팀 공격에 힘을 보탰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실수를 범하는 등 부진했던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가장 믿음직하고 경험이 많은 선수”라며 힘을 실어줬다. 김재호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 출전, 3루타를 때리고 볼넷을 3개나 얻어내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포스트시즌 최고 승률 0.643(56경기 36승)을 기록 중인 김태형 감독의 지도력 앞에 포스트시즌을 처음 맞이한 감독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김태형 감독이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고 선수단에게 공을 돌렸지만 수장의 존재감은 컸다.
이미 감독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운 김태형 감독은 이제 사상 처음으로 정규 시즌 4위 팀이 정상에 오르는 기적에 도전한다. 김태형 감독은 “2등하면 서글프다. 우승을 차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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