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22·KT 위즈)에게 생애 첫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첫 경기는 그야말로 축제였다.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KT와 두산 베어스의 KS 2차전을 앞두고 만난 강백호는 1차전을 떠올리며 “너무 좋았다. 최고였다”며 눈을 빛냈다.
전날(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1차전에서 KT는 두산을 4-2로 눌렀다. 창단 첫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올린 첫 승리다. 강백호는 KS 데뷔전에서 3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승리 못지 않게 그를 들뜨게 한 건 고척돔을 가득 메운 팬들이다.
2015년 1군에 데뷔한 KT는 ‘형님 구단’들에 비해 팬층이 그리 두텁지 않다. 그러나 1차전에 예상 밖의 많은 팬들이 몰려 KT의 응원석을 가득 메웠다. 두산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였다.
강백호는 “프로 4년 차인데 우리 팬들이 고척돔에 이렇게 많이 와주신 게 처음이었다. 너무 힘이 됐다”면서 “우리가 이만큼 팬들에게 기대감을 심어드리고,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다. 정말 신이 나더라. (승리로)보답할 수 있어 더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강백호는 이미 올 시즌 뛰어난 성적으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142경기를 뛰며 타율 0.347, 16홈런 102타점을 올렸다. 타격 다관왕으로 예상되기도 했지만, 후반기 페이스가 떨어지며 타이틀을 하나도 손에 넣지 못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그러나 강백호의 생각은 다르다.
“아쉬움은 있지만, 처음으로 타이틀에 도전했던 거라 크게 신경은 안 썼다. 전반기에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이든 몇 년 후든 더 발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올해가 내 커리어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올해의 활약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팀도 최고 성적을 냈다.
“내 커리어하이는 내가 만들 수 있지만, 팀 1위나 우승은 나 혼자 만들 수 없다.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것도 대단하고, 팀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게 나에겐 더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해 정규시즌을 2위로 마쳐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PO)에서 두산에 1승3패로 밀려 짧은 가을을 끝냈다.
올해는 달라진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 내내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고, 정규시즌 1위 결정전까지 거쳐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과 달리 1차전도 선점했다.
“작년 PO 1차전에서는 선수들이 가을야구가 처음이었다. 큰 무대에 나가는 게 처음이라 부담감이 심했다”는 그는 “이번 한국시리즈는 팀이 부담스러운 경기, 큰 경기를 많이 하고 올라왔다.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되면서 기죽지 않고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지난 가을과 올 가을의 1차전을 비교했다.
KT 투수 소형준은 1차전을 앞두고 ‘KS에서 잘할 것 같은 선수’로 강백호와 배정대를 찍었다. 소형준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강백호는 매 타석 출루했고, 배정대는 결승홈런을 날렸다.
이날 소형준과 같은 질문을 받은 강백호는 잠시 고민하더니 소형준의 이름을 불렀다. 소형준은 2차전 선발 투수다.
강백호는 “형준이가 잘해야 할 것 같다”면서 “형준이가 어린 나이지만 작년 플레이오프때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큰 경기에서도 침착하게 자기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선수다. 우리가 선제점을 뽑아주면 충분히 긴 이닝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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