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48) 감독이 현장으로 돌아왔다. 언제고 일선으로 복귀할 지도자였으나 대상이 K리그1 강등 위기에 처한 강원FC라는 것은 의외의 선택이었다. 과연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독수리다운 결정이다.
강원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9대 사령탑으로 최용수 감독을 낙점했다. 명문 팀으로 발돋움하길 원하는 강원FC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던 최용수 감독이 뜻을 모아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원은 지난 4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김병수 감독을 전격 해임했다. 3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0-4로 대패한 것이 치명타였다.
이후 강원은 김현준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앉히고 7일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나섰는데 선제골을 넣고도 지키지 못해 1-1로 비겼고, 강등권 탈출에 또 한 번 실패했다.
강원은 16일 현재 9승12무15패(승점 39)로 12개 팀 중 11위에 머물러 있다. 남은 2경기에서 반등을 이뤄내지 못하면 2017년 1부리그 승격 이후 4년 만에 다시 2부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는 K리그와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경력이 있는 최 감독을 신임 사령탑 후보 1순위로 삼고 설득 작업에 들어갔고, 최 감독이 고심 끝에 승낙하면서 강원과 최용수의 새로운 동행이 시작됐다.
최 감독은 지난해 7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FC서울의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은 이후 방송 활동 등을 하면서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었다.
올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축구 해설위원을 한 뒤로는 이전보다 자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방송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던 터라 현장 복귀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특히 FC서울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LG치타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최 감독은 서울에서 은퇴한 뒤 국내에서는 줄곧 서울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해온 만큼 그가 다른 K리그팀과 동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의외의 둥지를 틀었다.
최 감독이 만에 하나 강원을 잔류시키지 못할 경우 그간 얻은 자신의 명성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였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과거 안양LG와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후배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한 채 스스로 험지를 걷는 길을 택했다. 최 감독이 이제껏 걸어온 길을 보면 수긍이 간다.
최용수 감독은 지도자로서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늘 위기를 극복하며 승부사의 기질을 보여왔다. K리그에 첫 발을 내디딜 때부터 ‘소방수’ 역할이었다.
2011시즌 황보관 감독이 서울을 이끌 당시 팀은 초반 7경기에서 1승3무3패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수석코치였던 최 감독이 감독대행으로 나섰는데, 물음표가 붙은 시선이 많았으나 결국 그해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이듬해에는 팀을 K리그 정상에 올렸다.
장쑤 쑤닝(중국)의 러브콜을 받고 잠시 중국으로 향했던 최 감독은 2018년에도 위기의 순간에 국내무대 복귀를 택했다.
서울이 강등 직전에 몰린 2018년 10월 지휘봉을 잡은 그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을 1승1무로 막아내며 잔류에 성공했고, 2019년에는 서울을 리그 3위로 끌어 올리며 ACL 출전 티켓을 따냈다.
이처럼 그동안 위기의 순간을 극복한 뒤 더 높은 도약을 이뤄왔던 최 감독으로서는 강원을 맡아 팀과 자신이 함께 반등하는 그림을 구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용수 감독의 심사숙고 끝 결정을 지켜본 측근은 “물론 최 감독 입장에서는 결정이 쉽지 않았던 제안이었다. (2부로 떨어질 수도 있는 팀이니)선뜻 잡기 힘든 손길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축구인이고 승부사”라면서 “‘언제는 쉽고 편한 길을 간 적이 있었냐’는 것이 최 감독의 의지”라며 수락까지의 과정을 귀띔했다.
늘 고난에 강했던 그가 이번에도 승부사 기질을 뽐내며 강원을 수렁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최 감독의 강원 데뷔전은 오는 28일 서울과의 원정경기가 예정돼 있다. 스포트라이트를 피하지 않는 독수리의 컴백 무대로는 그만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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