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들어! ‘미러클 두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9일 03시 00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WC결정전부터 극한의 강행군
체력 바닥나 아쉬움 삼켰지만
‘사상 첫 7연속 KS’는 진행형

개막 전 두산의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점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2015년부터 6년 연속 KS에 진출하며 ‘왕조’를 일궜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주력 선수들이 대거 자유계약선수(FA)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전력이 크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두산은 9월 한때 8위까지 추락했다. 영원할 것 같던 ‘두산 왕조’도 그대로 저무는 듯했다.

그러나 곰들의 ‘가을 DNA’는 남달랐다. 9, 10월 0.617의 승률을 기록한 두산은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치며 가을야구에 합류했다.

더욱 기적 같은 일은 포스트시즌(PS)에서 벌어졌다. 키움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LG와의 준플레이오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모두 이긴 것이다. 더구나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 로켓과 미란다가 빠진 상황에서 만들어낸 쾌거였다. 두산은 그렇게 KBO리그 사상 첫 7년 연속 KS 대업을 이뤄냈다. PS만 되면 강해지는 외야수 정수빈, 투수 이영하 등의 활약이 특히 빛났다. 삼성과의 PO 1차전 승리로 사상 첫 PS 100승(현 101승) 팀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중심에는 ‘곰탈여(곰의 탈을 쓴 여우)’ 김태형 두산 감독(사진)이 있었다. 앞선 시리즈들에서 가을야구 초보 감독들을 연파하며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 김 감독은 PS 통산 60경기(36승 24패) 고지를 넘었다. 김응용(92경기), 김경문(79경기), 김성근(74경기), 김인식(65경기) 감독 등 리그를 대표하는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중 김태형 감독보다 PS 승률이 높은 건 10차례 KS 우승컵을 차지한 김응용 감독(55승 32패 5무·승률 0.632)뿐이다.

김 감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여기까지 와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내년은 다시 처음부터, 무(無)에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KS 무대에서 정규시즌 1위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선 KT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올가을을 뜨겁게 달군 팀은 역시 ‘미러클 두산’이었다.

#프로야구#두산#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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