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럭비월드컵 예선 준결서 도쿄올림픽 패배 딛고 설욕 성공
17년 만에 본선 출전권 따내며 日의 8회 연속 본선행 좌절시켜
국내 선수 1000명도 안되지만 일본은 등록선수 10만명 탄탄
‘꼴찌’의 반란이다. 한국 럭비 세븐스(7인제 럭비) 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은 20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021 아시아 럭비 세븐스 시리즈 겸 2022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럭비 세븐스 예선 준결승에서 일본을 21-14로 물리쳤다. 한국 럭비 세븐스 대표팀이 일본을 이긴 건 2017년 9월 24일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 세븐스 시리즈 2차 대회 이후 1519일 만이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2020 도쿄 올림픽 최종전(11, 12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19-31로 무릎 꿇었던 아픔도 씻을 수 있게 됐다.
이 승리로 한국은 결승전 결과와 관계없이 이 대회 결과에 따라 배정받을 수 있는 본선 출전권 2장 가운데 1장도 따냈다. 한국이 럭비 세븐스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게 된 건 2005년 이후 17년 만이다. 대표팀 주장 박완용(37·한국전력)은 본선행을 확정한 뒤 “도쿄 올림픽 때는 아름다운 꼴찌로 주목받았지만 월드컵 때는 꼭 승리를 가져다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어 열린 결승에서는 영국 출신 귀화 선수가 주축이 된 홍콩에 7-33으로 무릎을 꿇었다.
반면 8회 월드컵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던 일본은 한국에 패하면서 1993년 시작한 이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본선행 티켓을 놓쳤다. 일본은 등록 선수만 10만 명 이상으로 1000명이 되지 않는 한국과 비교하면 100배가 넘는 럭비 인구를 자랑하는 럭비 강국이다. 대한럭비협회에 따르면 국내 일반부 럭비팀은 국군체육부대(상무), 포스코건설, 현대글로비스, 한국전력 등 4개 팀에 불과하다.
럭비계에서는 한국 럭비가 한 단계 더 성장한 비결로 최윤 대한럭비협회장(58·OK금융그룹 회장)의 ‘럭비 사랑’을 꼽는다. 재일동포인 최 회장은 학창 시절 럭비 선수로 활약했으며 “럭비 이야기만 하기에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고 할 정도로 럭비에 대한 애정을 자랑한다. 선수단과 함께 대회 현장에 동행한 최 회장은 “대한민국 럭비가 내가 나고 자란 일본을 실력으로 당당히 이기는 등 세계적 수준에 다다를 수 있도록 힘이 닿는 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대표팀을 후원할 뿐 아니라 OK금융그룹에 ‘럭비 특채’ 제도를 도입해 엘리트 선수에서 은퇴한 이들이 ‘사회인 선수’ 자격으로 계속 운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오라는 팀이 없던 도쿄 올림픽 대표 김진(30·안드레 진)도 OK금융그룹에 몸담고 있다.
2022 남아공 럭비 월드컵 세븐스는 내년 9월 9일부터 11일까지 케이프타운에서 열리며 남자부 24개, 여자부 16개 팀이 우승 트로피 ‘멜로즈컵’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시장 조사 회사 ‘닐슨’은 이 사흘짜리 대회를 통해 남아공이 약 9050만 달러(약 1077억 원)의 경제 효과를 누릴 것으로 추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