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한국선수 200승의 주인공 고진영(26)이 LPGA투어 시즌 최종전에서 드라마 같은 대역전극을 만들어내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이와 함께 다승왕(5승), 상금왕(350만 2161달러), 올해의 선수상(211점) 등 3관왕의 주인공도 됐다.
고진영은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 티뷰론GC(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만 9개를 낚는 맹타를 휘몰아치며 9언더파 63타를 적었다.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1타 차로 꺾고 우승컵의 주인공이 됐다. ‘디펜딩 챔피언’인 고진영의 대회 2연패이자 올 시즌 LPGA투어 선수 중 유일한 5승 달성의 순간이었다.
● 손목 부상에도 드라마 같은 극적인 승리
이번 대회에서 고진영은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전개를 펼쳤다. 고진영은 올해 5월 왼쪽 손목 부상을 당한 이후 완쾌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탓에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3언더파로 공동 25위에 머무는 등 컨디션 난조를 보여 다승왕-상금왕-올해의 선수상을 넬리 코르다(23·미국)에게 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고진영의 캐디마저 부상 악화를 우려해 기권을 권유할 정도였다고 한다. 고진영은 “1라운드 11번홀에서 손목이 너무 아파 울면서 티박스에서 세컨샷으로 걸어갔다”며 “캐디가 ‘길게 봐서 이 한 대회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 기권해도 괜찮다’고 말했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 타이틀과 세계랭킹 1위 탈환을 향한 고진영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1라운드 종료 직후 손목 치료를 받은 고진영은 2라운드부터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며 그린적중률 100%의 환상적인 아이언샷을 보여주며 순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2라운드에서는 공동 9위로, 3라운드에서는 공동 선두로 올라섰고 결국 최종라운드도 선두를 유지했다. 2라운드부터 최종라운드까지 고진영의 그린적중률은 늘 100%였다. 고진영은 “결과가 어떻게 되든 후회 없이 경기를 하고 한국에 가자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며 “최종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쳐 내가 가지고 있던 베스트 스코어 64타를 약 10년 만에 깨 더욱 의미가 있는 우승”이라고 했다.
이날 LPGA투어 역대 최고 대회 우승상금인 150만 달러(17억 8500만 원)를 챙겨 올 시즌 누적상금 350만 2161달러(41억 6700만 원)를 달성한 고진영은 3년 연속 상금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이자 로레나 오초아(2006, 2007, 2008시즌 상금왕·멕시코) 이후 13년 만에 새로이 쓴 기록이다. 또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 211점을 획득해 코르다(197점)를 제치고 2019년에 이어 2번째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역시 한국 선수 최초다. 고진영은 “우승을 4번이나 했는데 올해의 선수상을 못 받으면 억울할 것 같아서 최종라운드에 최선의 집중을 다했다”며 “우승을 하면 많은 개인 타이틀이 따라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올 시즌 5승을 달성하며 코르다(4승)를 제치고 다승왕도 거머쥐었다. 시즌 5승은 고진영의 시즌 최다 우승이자 2013년 박인비가 세운 6승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2번째 높은 기록이다. 또 LPGA투어 통산 12승을 달성해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에 이어 한국 선수 중 3번째로 LPGA투어에서 많은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코르다에게 뺏긴 ‘세계랭킹 1위’ 자리 역시 고진영이 다시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시즌 최종전 직전 세계랭킹 1위 코르다와 세계 2위 고진영의 포인트 차이는 0.95였는데, 이번 대회 우승으로 고진영이 코르다를 앞설 것으로 전망된다. 챔피언조에서 고진영과 함께 최종라운드를 치른 코르다는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5위로 LPGA투어 2021시즌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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