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22일 KBO리그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선수를 공시하면서 스토브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어급 FA가 쏟아지는 가운데, 최근 떠오른 장기계약 트렌드가 올해도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KBO는 이날 2022시즌 FA 계약 자격을 갖춘 19명의 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삼성 라이온즈가 4명으로 가장 많고, KT 위즈,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가 3명, LG 트윈스 2명, 키움 히어로즈, NC 다이노즈,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가 각각 1명씩이다. SSG 랜더스는 유일하게 대상 선수가 없다.
FA 자격 선수 면면이 화려하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외야에는 박건우, 김재환, 박건우(이상 두산), 나성범(NC), 박해민(삼성), 김현수(LG), 손아섭(롯데) 등이 포진하며, 장성우(KT), 최재훈(한화), 강민호(삼성) 등 포수 FA도 쟁쟁하다.
최근 몇년 동안 각 구단들은 스토브리그에서 지갑을 굳게 닫았다. 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 수입마저 줄면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초특급 FA는 대형 계약을 체결한 반면 중소형 FA는 찬바람을 맞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고, 방출 규모도 해가 갈수록 커졌다.
하지만 이번 스토브리그는 다르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내년 시즌부터 구단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무엇보다 누구나 군침을 흘릴만한 대형 FA가 쏟아졌다. 구단들은 “오버페이는 지양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경쟁이 붙으면 몸값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핵심 선수를 지키고자 하는 구단과 대형 FA를 데려와 전력 보강을 이루고자 하는 구단 간 눈치싸움도 벌써부터 치열하다. 복수 구단이 FA 시장 참전을 선언하면서 시장엔 설이 난무하고 있으며, 각 구단은 촉각을 곤두세워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FA 계약의 트렌드로 떠오른 장기계약이 이번에도 나타날지 관심이 모인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시장 규모와 환경에서 차이가 있는 KBO리그는 역대로 장기계약 사례가 많지 않았다.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수와 구단 모두 FA 재자격을 갖출 수 있는 4년에 초점을 맞춰 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은 최근들어 변하고 있다. SSG 간판타자 최정이 지난 2018년 정수근 이후 15년 만에 6년 계약을 체결했고, 허경민(4+3년)과 정수빈(6년)도 장기 계약을 맺고 원소속팀 두산에 잔류했다.
오랫동안 선수를 지켜보며 향후 기량 유지에 대한 확신을 얻었기에 가능한 계약이기도 하지만, 전력 유출을 막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들에게 거부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한 측면도 있다. 한편으로는 타 구단과 경쟁을 통한 몸값 상승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대형 FA가 많은 이번 스토브리그는 ‘쩐의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핵심 선수를 지켜야 하는 원소속팀엔 몸값 경쟁이 붙는 상황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초반부터 과감하게 장기 계약 카드를 내밀어 일찌감치 핵심 선수를 붙잡으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보장받길 원하는 선수들에게도 장기 계약은 매력적이다. 물론 역으로 타구단이 장기 계약을 제시해 원하는 선수를 데려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구단 입장에선 보장 기간을 줄이는 대신 옵션을 넣어 계약 기간을 늘리는 전략도 가능하다. 일종의 안전장치로, 계약 기간은 길게 가져가되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안이다.
한편 FA 자격 선수는 공시 후 2일 이내인 24일까지 KBO에 FA 권리 행사의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KBO는 신청 마감 다음날인 25일 FA 권리를 행사한 선수들을 FA 승인 선수로 공시할 예정이다.
FA 승인 선수는 26일부터 해외 구단을 포함, 모든 구단과 계약을 위한 교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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