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언급 ‘썩은 부위’ 무엇인가…여자배구 초라한 현실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24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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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여제’ 김연경(33·상하이)은 자신의 SNS에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는 걸…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린 그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누군가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최근 불거진 IBK기업은행 논란을 겨냥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글이다.

IBK기업은행이 연일 이슈다. 주전 세터이자 주장 조송화의 이탈로 불거진 논란은 서남원 감독과 단장의 경질을 거쳐 선수들의 항명과 태업으로 옮겨 붙었다.

임시 사령탑을 맡은 김사니 감독대행은 “서남원 감독의 폭언이 있었다”면서 자신의 이탈을 포장했다.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베테랑 김수지는 “우리가 느끼기에도 조금 많이 불편한 자리였다. 그 부분은 사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사실상 김 감독대행의 손을 들어줬다. 서 감독은 나가라는 말도, 폭언도 없었다고 맞서는 중이다.

IBK기업은행은 도쿄올림픽 4강 진출의 후광을 가장 크게 본 팀이다. 대표팀의 일원이었던 김희진, 김수지, 표승주 덕분에 가만히 앉아서 수많은 팬들을 끌어모았다.

인기에 가려져있던 IBK기업은행 사무국의 부실한 행정력은 이번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서 감독을 경질한 것까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조송화와 같은 날 사의를 표명하고 팀을 떠났던 김사니 전 코치에게 감독대행이라는 더 높은 직책을 맡긴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책임을 물어도 이상하지 않을 이에게 감독대행으로 승격시킨 것은 프런트가 몇몇 선수의 구미에 맞춰 움직인다는 소문들을 수면 위로 올리는 계기가 됐다.

조송화의 임의해지 처리 문제에서 IBK기업은행의 헛발질은 계속됐다.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의 임의해지 신청 공문을 한국배구연맹(KOVO)에 제출하면서 가장 중요한 선수의 동의서를 빼먹었다. 당연히 KOVO는 서류를 접수하지 않고 돌려보냈다.

이 사이 조송화가 마음을 바꿨다. IBK기업은행 김호진 사무국장은 “구두로 몇 차례 동의했던 조송화가 심적 변화가 생겨 임의해지 신청서를 못 써주겠다고 한다. 서면을 받지 못한 것은 미숙했다”고 시인했다. 어이없는 일처리로 임의해지 시기를 놓친 IBK기업은행은 이제 조송화와의 계약 해지를 위해 다른 방법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없이 높게만 여겨졌던 남자배구의 인기를 넘어선 여자배구는 올림픽 4강으로 범국민적 인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반년도 지나지 않아 곪았던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터지면서 기회가 위기로 빠르게 전환하는 형국이다.

임의탈퇴와 선수와 지도자의 기싸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큰 소동으로 불거진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만큼 여자배구를 지켜보는 눈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는 방증이다. 이럴 때일수록 깔끔하고 투명한 일처리가 필요하다. 물론 IBK기업은행에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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