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IBK 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 라셈 레베카가 V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쳐 박수를 받았다.
기업은행은 지난 9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도드람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 경기에서 0-3(25-27 20-25 21-25)으로 패했다.
라셈은 12득점을 기록했으나 패배를 막지 못했고, 기업은행은 시즌 11패(3승)째를 당했다.
사실 라셈은 이날 경기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근 ‘조송화 사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기업은행은 단장과 감독을 바꾸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까지 교체를 결정, 11월27일 GS칼텍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라셈에게 퇴출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라셈은 9일 경기를 끝으로 한국을 떠나게 됐다.
라셈은 한국 무대에서 쫓겨난다는 사실을 알고도 계속 경기에 나서야 하는 잔인한 상황과 마주해야 했다. 더욱이 ‘할머니의 나라’에서 뛰게 돼 큰 기대와 설렘을 표했던 그에겐 전혀 바라지 않았을 시나리오였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선수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동료들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던 라셈은 실제로도 코트와 훈련장에서도 퇴출 통보를 받기 전과 똑같은 자세로 임했다.
최종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라셈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경기에 임했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한국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겠다며 인터뷰를 자청,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다섯 차례 호수비를 선보이며 기업은행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3세트에선 공을 살리기 위해 광고판까지 돌진, 곧 떠날 팀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펼쳤다.
라셈으로선 주변을 원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팀을 향한 아쉬움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데 집중했다.
언급했듯 최근 기업은행은 많은 이별을 했다. ‘조송화 사태’로 윤재섭 단장과 서남원 감독을 경질했고, 이후 많은 논란을 일으킨 김사니 감독대행도 사퇴했다. 더해 무단이탈로 문제를 일으킨 조송화도 한국배구연맹(KOVO)의 상벌위원회 결과와 상관없이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기 힘들어졌다. 단언컨대 그 이별은 모두 아름답지 않았다.
이별 자체를 피할 수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어떤 모습’으로 이별하느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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