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2022]한화 정은원
2000년대생 최초로 골든글러브
꼴찌팀서 골든글러브 수상은 류현진 이후 11년 만에 나와
21세답지 않은 노련한 선구안 “나만의 존 설정해 초집중했죠”
“이제 시작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꾸준히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어요.”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2000년대생으로는 최초로 골든글러브(2루수)를 수상한 한화 정은원(21)이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올 시즌 한화의 주전 2루수로 139경기에 나선 정은원은 KBO리그에서 리드오프 최초로 ‘100볼넷’(최종 105개)을 돌파하는 ‘눈 야구’를 선보이며 첫 골든글러브의 영광을 안았다. 최하위 팀 선수로는 2010년 류현진(34·토론토·당시 한화) 이후 11년 만의 수상이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은 빛이 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은원 이전까지 KBO리그에서 역대 16번 나온 ‘한 시즌 100볼넷 이상’은 거포들의 전유물이었다. 투수들이 피홈런 부담에 강타자들을 일부러(고의4구) 거르거나 치기 까다로운 코스로 공을 던지다 볼넷을 허용하곤 했다.
정은원처럼 한 시즌 평균 홈런이 5.2개에 불과한 선수라면 투수들이 승부를 피할 이유가 없다. 아직 노련함과도 거리가 먼 21세 선수가 인내심을 갖고 소위 ‘종이 한 장 차이’까지 눈으로 구별하며 얻어낸 결과다. 정은원의 기록은 KBO리그 역대 최연소이기도 하다.
정은원은 “비시즌 때 기계가 던지는 까다로운 공을 많이 봤더니 막상 정규시즌이 포스트시즌처럼 느껴졌다. 나만의 존을 설정했고 정규시즌에서 ‘초집중’ 상태로 공을 보다 보니 좋은 습관이 생기고 몸에 배어들며 좋은 기록도 나온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젊은 선수답게 “출루율을 높이는 게 2021시즌의 목표였는데 만족스럽다(출루율 0.407·리그 7위). 나만의 장점은 확고하게 생긴 것 같다”면서 목소리에 힘을 주며 웃었다.
매년 야구팬들로 하여금 ‘크는 재미’를 주는 정은원의 새 시즌 목표는 ‘장타율 끌어올리기’란다. 2021시즌 이후 한화는 2010년대 프로야구 무대에 ‘벌크 업 열풍’을 불러왔던 이지풍 코치를 영입했다.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하며 이 코치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정은원은 “먹고 싶은 거 많이 먹으면 그만큼 웨이트 훈련을 하면 되니 체중 이런 거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해준다. 제 스타일인 거 같다. 비시즌 동안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의미 넘치는 수상이었지만 정은원은 “미안했다”고도 했다. 개인은 빛났지만 ‘리빌딩’ 과정을 거치고 있는 팀은 여전히 암흑기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나만이 아니라 팀도 잘하게 하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정은원은 “(하)주석이 형(유격수), (노)시환이(3루수)와 내년에는 모두 양복 입고 시상식장에 가자고 ‘결의’했다. 팀의 젊은 선수들과 의기투합해서 내년에는 좋은 성적으로 팬들을 웃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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