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2022]도로공사 이윤정
2015년 실업팀 수원시청 택한 뒤 올해 도로공사 옮겨와 프로 입문
다양한 공격루트 활용력 뛰어나… 현대건설 13연승 저지 이끌기도
서브때 머리 숙여 인사하는 습관에 ‘꾸벅좌’ ‘유교세터’ 등 별명 따라와
“최초 타이틀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욱 해보고 싶죠.”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의 기회. 그것도 모자라 V리그 최초의 ‘중고신인상’에 도전하는 이가 있다. 프로배구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세터 이윤정(24·172cm)이다.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 3학년이던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는 대신 실업팀 수원시청에 입단한 이윤정은 올해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고민 끝에 드래프트에 참가했다. 전체 9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된 이윤정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실업팀을 택했던 것처럼 (프로 진출이) 또 다른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즌 초 여느 신인처럼 웜업존을 주로 지켰던 이윤정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새 얼굴’이다. 2라운드 세 번째 경기인 KGC인삼공사전부터 선발 세터 자리를 꿰찬 이후 팀이 전 경기 승리(6연승)를 이어가고 있다. 선두 현대건설의 개막 후 12연승 행진 역시 이윤정의 손끝에서 중단됐다. 1라운드에서 3승 3패를 기록했던 도로공사가 현재 10승 4패로 반전을 이룬 데는 이윤정의 활약이 큰 힘이 됐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은 신인답지 않다는 평가다. 명세터 출신 이숙자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실업팀(수원시청)에서 어린 나이부터 주전 세터를 맡으면서 경기를 파악하고 스스로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국내 선수들만 있는 실업팀에서 뛰어서 그런지 외국인 공격수 한 명만 고집하기보단 다양한 공격 옵션을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정도 “(도로공사 입단 후) 처음엔 켈시와 후위공격 호흡을 맞추느라 어려움이 있었다. ‘다 때릴 테니 자신 있게 올려라’는 언니들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신인왕 1순위로 꼽히는 이윤정이 수상에 성공하게 되면 2008∼2009시즌 염혜선(당시 현대건설) 이후 13년 만에 여자부 세터 신인왕이 나오게 된다.
서브 시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공을 때리는 루틴도 팬들에겐 화제가 되고 있다. 덕분에 ‘꾸벅좌’ ‘유교세터’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윤정은 “승부근성이 없어 보인다는 주변의 말에 일부러 인사를 안 해 보기도 했는데 더 신경 쓰이더라. 지금은 다시 하던 대로 한다”며 웃었다.
팬들의 뜨거운 관심 역시 실업무대에선 느껴보지 못한 것들이다. 최근엔 슬리퍼를 바꿀까 고민 중이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팬이 슬리퍼를 선물해줘 깜짝 놀라기도 했단다. 이윤정은 “팬들의 뜨거운 응원만큼 선수로서 책임감도 커졌다. 앞으로 이기는 경기를 더 많이 해서 팬들께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고교, 실업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을 물었다. “어떤 길을 가더라도 후회는 하기 마련이다. 조금이라도 덜 후회가 남는 길이 어디일지 자신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는 이윤정의 목소리가 누구보다 행복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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