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사대에서 내려온 뒤의 열렬한 환호와 응원은 이제 끝났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양궁 2관왕 김제덕(17·경북일고)과 3관왕 안산(20·광주여대)의 들뜬 마음도 잠시, 이제 다시 초심이다.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낸 두 신궁을 20일 서울 강동구 대한양궁협회 회의실에서 화상 대담으로 만났다.
○ 안산 “제덕 선수의 파이팅 소리 아직 들리는 듯”
경북 예천 자택에 머물고 있는 김제덕은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를 좋아해 축구도 즐겨 한다. 최근 축구를 했는데 추워서 힘들더라”며 “스트레스를 받아도 이제 본업인 활 쏘는 게 너무 좋고 재밌다”는 재치 있는 말솜씨로 근황을 알렸다. 안산은 광주여대 기숙사에서 화상을 통해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얼떨떨하다. 올림픽이 끝나고 귀국 다음 날 엄마가 끓여준 애호박찌개와 집밥이 잊을 수 없는 올해의 선물”이라며 “올림픽 여자 개인전 결승 때 제덕 선수가 외쳐준 파이팅이 아직 들리는 것 같다. 관중이 없어서 더 크게 들린 파이팅이 힘이 됐다”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 혼성 단체전에서 탄탄한 호흡을 맞춰 초대 금메달리스트가 된 둘은 서로가 보기에도 여러모로 부쩍 커 있었다. 김제덕은 “키가 올림픽 후에 1cm 컸다. 원래 176cm인데 177cm가 됐다”는 말로 안산의 웃음보를 터지게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험은 1m 정도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아직 완벽하게 다 자라지는 않은 것 같다”며 “올림픽 뒤 국내 대회 부담이 컸다. 혹시 좋지 않은 성적이 나와 ‘김제덕이 나태해지거나 자만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이 많았다”며 “일단 기량이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초긍정 멘털과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파이팅을 보여준 김제덕은 스스로에게 감정 조절의 숙제를 내줬다. 김제덕은 “파이팅을 하자는 마음은 똑같다. 하지만 올림픽 때처럼 하면 목이 감당 못 할 것 같다”며 “사대에서 흥분하지 않고 자신 있게 슛을 할 수 있는 멘털 관리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듣던 안산은 “제덕 선수가 평소에 장난기가 있지만 활을 쏠 땐 다르다. 나에게 ‘김제덕’은 양궁 할 때 아주 진지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 두 신궁의 2022년 목표 중 하나는 운전면허 취득
올림픽에서 극적인 순간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김제덕은 “일본과의 남자 단체전 4강전 마지막 슛오프 때(10점 명중) 화살이 어디로 날아가고 어디에 꽂혔는지 몰랐다. 긴장을 많이 해 화살이 나가는 느낌이 안 들었는데 양궁을 하면서 처음 경험한 일이었다. 이때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안산은 “개인전 결승 마지막 슛오프(10점 명중) 뒤 안도감과 행복감에서 나온 아드레날린은 앞으로도 느껴 보고 싶다. 이 경기 영상을 자주 다시 보고 감각을 떠올리곤 한다”고 밝혔다.
둘은 10월 열린 2022년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통과했다. 양궁은 국가대표 선발이 올림픽 금메달 따기보다 더 어렵다고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김제덕은 남자 1위로, 안산은 30위 안(14위)에 들며 살아남았다. 올림픽 때 “대충 쏘자”고 혼잣말을 하며 부담감을 털었던 안산은 “이제 ‘열심히 대충 쏘자’가 될 것 같다”며 2차 선발전 선전을 다짐했다.
새해를 향한 둘의 시선은 여전히 과녁에 꽂혀 있다. 안산은 “국내 대회 싱글라운드에서 1400점을 완전히 넘어보고 싶다. 또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서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제덕은 “(내년 9월 항저우) 아시아경기 남자 단체전에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며 콕 찍어 말했다.
두 사람에겐 운전면허 취득도 새해에 빼놓을 수 없는 소망이 될 듯하다. 올림픽 금메달 포상으로 대한양궁협회로부터 차량을 받았지만 둘 다 운전면허가 없기 때문. 면허를 빨리 따고 싶겠다는 질문에 두 선수는 일제히 “네” 하며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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