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컵 결승 이끈 신태용 “한국서 응원 쏟아져…우승으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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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7일 07시 35분


신태용 감독(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1
신태용 감독(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1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첫 스즈키컵 우승에 도전하는 신태용 감독이 결승전을 앞둔 소감과 각오를 전했다.

‘신태용호’ 인도네시아는 12월29일과 내년 1월1일 오후 9시30분 싱가포르 칼랑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태국을 상대로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1·2차전을 치른다.

태국은 대회 최다 우승(5회) 기록을 가진 동남아시아 강호이자 이번 대회 톱시드 팀이었다. 반면 우승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조별리그 통과조차 장담하지 못했다.

하지만 신 감독의 본격적인 조련이 시작된 뒤 인도네시아는 이전과 완전히 다른 팀이 됐고 승승장구, 이변을 일으키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조별리그서 대회 최다인 13골을 기록했고4강 두 경기에서도 총합 5골을 퍼붓는 등 화끈한 공격력을 앞세워 결승에 올랐다. ‘신태용 매직’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가운데 자신감에 찬 ‘신태용호’는 마지막 관문마저 넘고 인도네시아 축구의 새 역사를 쓸 준비를 마쳤다.

스즈키컵  결승 진출에 성공한 신태용 감독(왼쪽)(AFF 홈페이지 캡처)© 뉴스1
스즈키컵 결승 진출에 성공한 신태용 감독(왼쪽)(AFF 홈페이지 캡처)© 뉴스1
지난 대회서 박항서 베트남 감독이 우승한 데 이어 이번엔 또 다른 한국인 지도자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동남아시아 패권에 도전하자, 한국 축구 팬들도 스즈키컵을 향해 뜨거운 관심을 보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결승 준비에 여념이 없는 신 감독은 뉴스1과 가진 전화 인터뷰를 통해 “언론을 자주 살피는 편은 아니라서, 한국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다만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밤낮으로 많은 응원 메시지와 기사들을 보내주신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도 (스즈키컵에) 관심이 꽤 많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감독은 “비록 한국 축구대표팀은 아니지만 한국인 지도자가 해외에서 국제대회를 우승하는 것도 하나의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내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인도네시아 선수들(AFF 홈페이지 캡처)© 뉴스1
인도네시아 선수들(AFF 홈페이지 캡처)© 뉴스1
사실 신 감독은 최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대표팀과 각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맡으며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신 감독은 개인 안전도 위협 받았고 팀을 제대로 들여다볼 여건을 마련하기 힘들었다. 올해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막바지에 팀을 지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팀을 정비한 건 사실상 9월부터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선보이는 돌풍은 더욱 값지다. 물론 신 감독도 이번 성과를 100% 예견한 건 아니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을 점검할 기회가 5번 정도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허송세월이었다”면서 “팀을 제대로 맡은 뒤엔 U-20 월드컵을 준비하는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자신감은 있었지만 축구라는 게 감독의 생각대로 다 이뤄지지는 않기에 걱정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이어 “하지만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이번 대회 준비에 돌입하면서 ‘해 볼만하다’ 싶었다. 그리고 1차전(캄보디아전 4-2 승리)과 2차전(라오스전 5-1 승리)을 치르며 팀이 점점 더 올라오더라”고 설명했다.

우승이라는 커다란 성과 한발 앞까지 오기는 했으나 이번 대회의 최우선 목표는 결과가 아니었다. 신 감독은 큰 호흡으로 인도네시아 축구의 미래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19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8강전을 찾아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2020.1.19/뉴스1 © News1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 19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요르단의 8강전을 찾아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2020.1.19/뉴스1 © News1
신 감독은 “이번 세대교체가 잘 되면 인도네시아 축구의 향후 10년이 좋아질 수 있다”면서 “당장의 결과보다는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주고 싶다. 미래에는 동남아시아 팀도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래서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젊은 선수들의 정신력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 캄보디아와의 1차전이 끝난 뒤엔 승리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자세를 혹평, 현지 매체들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신 감독은 이에 대해 “당시 내 눈엔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넘어 자만하는 게 보였다. (경기가) 좀 풀린다 싶으니까 상대를 무시하더라. 그래선 안 됐다. 결과도 좋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의 일갈이 있던 뒤, 인도네시아는 큰 점수 차이에도 방심 없이 추가골을 넣는 ‘더 강한 팀’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분명 좋은 흐름이지만 인도네시아가 정상까지 도달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승을 위해선 동남아시아 최강 태국을 넘어야 한다. 큰 무대를 경험한 선수가 많지 않은 인도네시아에겐 쉽지 않은 관문이다.

팀 전력의 한계를 극복할 신 감독의 ‘매직’이 다시 한 번 절실한 때다.

결승 상대가 정해지기 전 인터뷰 당시, 신 감독은 “박항서 감독님이 계시는 베트남이건, 최다 우승팀 태국이건 모두 우리보다는 훨씬 강한 팀이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은 여기서 경기를 치르는 동안에도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공은 둥글다. 누가 이길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승부욕을 숨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신 감독은 “많은 한국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인도네시아에서 내 임무를 끝까지 잘 수행해볼 생각”이라며 한국 팬들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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