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을 5차례 차지한 박병호(35)가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 KT 위즈로 이적할 수 있다는 설이 대두됐다. 키움은 답답함을 토로하면서도 간판선수의 이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룬 KT는 2연패를 위해 오프시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타자를 교체했고 프리에이전트(FA) 장성우와 황재균을 붙잡았다. 마지막 남은 집토끼 허도환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직까지는 전력을 ‘강화’한 차원이 아니다. 기존 전력을 최대한 유지하는 측면이 강하다. 외려 타선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유한준의 은퇴로 외부 수혈이 필요한데 나성범, 김현수, 김재환, 박건우 등 FA 시장 대어급들을 다 놓쳤다.
KT는 아직 FA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았는데 야구계에 따르면 박병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서 투수코치, 수석코치로 재직하면서 박병호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
전성기가 지난 박병호는 타격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2020시즌과 2021시즌 타율이 각각 0.223과 0.227에 그쳤다. 그러나 경험이 풍부하고 리더십이 뛰어나며 결정적 순간에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타자다. 통산 홈런 327개를 날린 거포로, 여전히 매년 홈런 20개 이상을 칠 수 있다는 평이다.
KT는 2021시즌 KBO리그 팀 홈런(106개) 7위에 그쳤다. 수원KT위즈파크는 투수 친화적인 고척스카이돔보다 홈런 생산이 수월한 만큼 박병호의 홈런 개수가 증가할 수 있다.
KT는 박병호와 협상을 질질 끌 생각이 없다. 이숭용 KT 단장은 “이번 주 안으로 결판을 내겠다”고 선을 그었다.
KT가 적극적으로 박병호 영입 경쟁에 뛰어들면서 키움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병호는 2011년 7월 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합류한 뒤 팀을 상징하는 얼굴이었다. 그렇지만 키움은 FA를 신청한 박병호과 협상 속도를 올리지 않고 있다.
야시엘 푸이그, 타일러 에플러 등 외국인 선수와 계약에 중점을 두면서 박병호와 본격적인 협상을 내년 1월로 미뤘다. 긴급한 용무부터 먼저 진행했다고 볼 수 있지만 소외된 박병호는 서운함을 느꼈을 수 있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구단이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며 “박병호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나누고 있다. 서로 얼굴을 붉힐 만한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고 단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결국 최종 선택은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병호가 더 좋은 대우를 받고 팀을 떠날 수도 있다는 걸 부정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정 상태가 악화된 키움은 박병호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해주기 어렵다.
키움은 과거 주요 FA와 계약에 난항을 겪자 타구단과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단행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키움이 성난 팬들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박병호를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내보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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