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된 한화 김민우, ‘분유 버프’로 자타공인 에이스 꿈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30일 11시 39분


매일 집을 나서기 전 태어난 지 백일이 채 안된 딸을 꼭 안으며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2021시즌 개막 전 새신랑이 돼 ‘결혼 버프’(버프는 게임에서 캐릭터 능력치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의미)를 받았다고 평가받던 그가 내년엔 ‘분유 버프’를 받을 게 확실해 보인다. 2021시즌 꼴찌를 한 한화에서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며 6년 만에 팀내 토종 10승 투수로 이름을 올린 김민우(26)의 얘기다.

‘2021년’은 김민우가 생애 처음 겪은 일이 많은 해다. 프로에 데뷔하고 목표로 삼은 규정이닝(144) 투구를 처음 달성했다. 155와 3분의 1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데뷔 후 첫 두 자리 수 승리를 거둔 것은 물론, 전반기에만 9승을 거둬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섰다. 시즌 막판 첫 아이도 품에 안았다.

‘인생시즌’을 보낸 요인으로 김민우는 결핍을 꼽았다. 2015년 2차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그는 한화 출신의 류현진(34·토론토)과 키(189㎝·류현진은 190㎝), 두툼한 상체 등이 닮아 ‘우완 류현진’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어깨부상 등으로 수년 동안 잠재력을 못 터뜨렸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처음으로 투구이닝이 100을 넘더니 132와 3분의 2이닝에 이르렀다. 기세를 몰아 ‘규정이닝 이상’을 꿈꾸며 시즌 완주를 노렸지만 감독대행이던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이 그를 멈춰 세웠다.

시즌 종료까지 2~3번 등판할 수 있었지만 보름여를 앞둔 10월 14일을 끝으로 김민우의 시즌은 끝났다. 그는 “프로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못했고 규정이닝이 코앞이라 더 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좋은 때에 멈추고 내년에 더 잘 하자’며 설득했다. 아쉬운 마음을 간직한 채 이를 악물고 새 시즌을 준비한 게 ‘신의 한 수’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멘털도 강해졌다. 과거 같으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위기상황을 올해 여러 번 극복했다. 김민우는 “가령 ‘1사 만루’ 상황이 나만 부담이 아니라 타자도 부담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타점을 못 내면 안 되니까. 어차피 둘 다 벼랑 끝이니 ‘한 번 붙어보자’는 마음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싸워서 이길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 평소 뛰어나다고 평가받던 포크볼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법을 연구했다. 그간의 노력들이 올해 한꺼번에 빛을 봤다.

‘S급’ 선수들이 쏟아진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한화는 소득 없이 철수했다. 내년에도 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선수들 각자가 더 잘 해야 팀도 올라간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휴식기지만 동료들과 많은 연락을 주고받으며 팀워크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름 전 웨이트 트레이닝, 캐치볼 등을 하며 새 시즌 준비도 시작했다. 새해가 밝으면 한화 스프링캠프가 열릴 경남 거제에서 담금질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해보다 1승을 더하면 자타공인 ‘에이스’(15승 투수)도 눈앞이다. 올해 마지막 등판(10월 26일 LG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못 이룬 1승은 새 시즌을 이 악물고 준비하게 하는 새로운 결핍이다.

“잘해야지요. (아이가 생겼으니) 연봉도 많이 받아야 돼요.” 앞으로 야구를 잘 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를 덧붙이며 김민우는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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