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묻기 전엔 대답 않던 ‘무뚝뚝맨’ 한유섬
SSG 주장 맡아 달라진 각오 밝혀
“작년 1승 모자라 가을야구 못치러… 올해는 똘똘 뭉쳐 좋은 성적 낼 것”
누구에게나 삶이 바뀌는 순간이 있다. 프로야구 SSG 외야수 한유섬(32·사진)에게는 2021시즌이 한창이던 여름 어느 날 이진영 팀 타격코치와 함께한 식사 자리가 그랬다. 이 코치는 “야구는 실패가 더 많은 운동이다. 안 될 때는 ‘내일 잘 치면 되지’라 생각하며 좋게 생각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조언했다.
평소 같았다면 흘려들었을 법한 말이었다. “컨디션 어때?”라고 물으면 “좋습니다”라고 짧게 답하며 마음을 닫았던 그였다. 마음을 여니 이 코치의 말이 가슴 깊이 들어왔다. 점차 대화가 늘었다. 묻는 말에만 답하는 대신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8월까지 0.252였던 타율이 9, 10월에는 0.329로 올랐다. 시즌 31개 홈런 중 40%(13개)가 시즌 7개월 중 이 2개월 사이 터져 나왔다. 한유섬은 “나는 뭔가 잘 안 될 때 ‘혼자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며 “내가 어리석었다. 내 마음을 상대방이 알아야 도와줄 수 있는 건데, 힘들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살았다”고 말했다.
선배 이재원(33)에게 2022시즌 주장 완장을 물려받은 한유섬은 이 소통의 힘을 빌려 팀을 이끌어볼 생각이다. 그가 바라본 전임 주장 이재원의 장점은 유쾌함이었다. 늘 더그아웃 분위기를 밝게 유지했고, 실패에도 격려를 보냈다. 한유섬은 여기에 소통을 더하기로 했다. 이 코치가 자신에게 해준 것처럼 어려움을 겪는 팀원들에게 먼저 한 발 다가가려 한다.
경기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지난 시즌 66승 64패를 기록한 SSG는 키움(70승 67패)에 0.5경기 뒤져 6위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1승이 부족해 가을야구에 못 간 만큼, 한 경기 한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절히 깨달았다. 새해 목표는 당연히 가을야구 진출이다. 근소한 차이로 겪은 실패는 그에게 오히려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지난해 여러 투수들이 부상당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6위를 했잖아요. (문)승원이랑 (박)종훈이도 팀에 더 머무르기로 했으니 저희 마운드는 더 단단해질 거예요. 야수들도 최선을 다해 투수들을 받쳐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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