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미국 텍사스주 도요타센터.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과의 방문경기에서 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38·206㎝)는 센터로 선발 출전했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지만 센터 역할은 처음이다. 하지만 적극적인 골밑 플레이, 페인트존에서 림을 등에 진 채 포스트업을 하다 외곽의 동료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모습 등이 제법 센터다웠다. 이날 39분 27초를 뛰며 32점 11리바운드 11도움으로 ‘트리플 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5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경기 후 제임스는 “과거 센터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다섯 포지션(1~5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거나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를 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팀 내 최장신 선수들이 주로 맡는 5번 포지션을 일컬어 중심을 뜻하는 센터라고 부른다. 3m5㎝ 높이에 림이 있는 농구의 특성상 림에 가까이 닿을 수 있는 선수들의 공격성공률이 높았기에 자연스럽게 센터들에게 많은 공격기회가 주어졌다. NBA 통산 득점 1위(3만8387점)를 기록 중인 카림 압둘자바(75·은퇴), 단일시즌 최다 평균득점(50.4점·1961~62시즌)을 기록한 윌트 체임벌린(1936~1999)도 현역시절 명센터였다.
하지만 림과 가까운 곳에서 공을 다루기에 거친 몸싸움이 많고 파울도 많이 당하는 등의 고충도 많다. 설상가상 현대농구에서 스테픈 커리(34·골든스테이트) 등 3점 슛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들의 등장으로 경기 템포가 빨라지며 센터의 고충은 더 늘었다. 발이 느리고 장거리 슛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키가 커도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반대로 이 흐름이 ‘센터 제임스’에는 어색하지 않아졌다. 데뷔 당시 6피트 8인치(약 203㎝)던 키는 1인치가 더 자랐다. 비 시즌마다 개인 웨이트 트레이너뿐 아니라 요리사까지 따로 고용하며 몸 관리를 철저히 해 250파운드(약 113.4kg)의 탄탄한 근육질 몸을 갖게 됐다. 선수생활 내내 포인트 가드(1번)부터 파워포워드(4번)까지 두루 경험해 현대 농구에서 센터가 갖춰야 할 덕목들이 몸에 배어있다.
3일까지 4경기 째 센터를 맡은 제임스는 평균 34.5점 11.25리바운드 6.75도움의 특급 활약을 펼쳤다. 시즌 평균인 28.5점 7.5리바운드 6.6도움을 웃도는 기록이다. 앤서니 데이비스(28·208㎝) 등 주축 골밑 자원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제임스가 골밑을 책임지는 ‘스몰라인업’을 가동 중인 레이커스는 4경기에서 3승 1패를 거뒀고 승률 5할(19승 19패)도 회복하며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수습해가고 있다.
해가 바뀌어 어느덧 마흔이 더 가까워진 ‘킹’이 황혼기에 새 재능을 발견하며 농구인들의 꿈인 ‘진짜 올라운더’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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