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올림픽 이후 한국 여자배구는 세대교체 과제에 직면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센터 포지션은 최근 붙박이 주전으로 뛰어온 김수지(35), 양효진(33)이 모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전면 교체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배구 팬들의 걱정을 덜게 할 우량주들이 있다. 3년차 현대건설 이다현(21), KGC인삼공사 정호영(21)과 4년차 흥국생명 이주아(22), KGC인삼공사 박은진(23) 등 일명 ‘빅4’다. 프로 경력이 채 5년이 안 되는 이들은 올 시즌 개인 기록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고 있다.
2018~2019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 무대를 밟은 흥국생명 이주아는 5일 현재 블로킹 3위(세트 당 0.722개), 속공 4위(성공률 50%), 이동공격 6위(33.33%) 등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즌 전 김연경, 쌍둥이 이재영, 이다영 자매 등 주전 대부분이 이탈한 가운데 팀의 대표 선수로 자리 잡았다. 시즌 초반에는 블로킹 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더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일반 선수보다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센터에서 독보적인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건설 이다현은 올 시즌 정지윤(21)이 센터에서 레프트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붙박이 센터 자리를 꿰찼다. 롤 모델인 양효진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다. 속공 5위(49.59%), 이동공격 5위(41.67%), 블로킹 6위(0.689개) 등에 올라있다. 높이와 파워가 뛰어난 정통 센터로 꼽힌다.
인삼공사 박은진은 이들 중 유일하게 도쿄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선수다. 기록 부문에서도 유일하게 선두 자리에 올라있기도 하다. 이동공격 성공률 55.17%로 1위다. 이밖에 블로킹(12위), 속공(14위)은 10위권이다. 신인 시절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박은진은 큰 슬럼프 없이 꾸준히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평가다.
인삼공사 정호영은 유일하게 프로 데뷔 후 날개공격수에서 센터로 포지션을 바꾼 케이스다. 학창시절 ‘제2의 김연경’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다. 센터 전업 뒤 맞이한 지난 시즌 개막전에서 왼쪽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아웃됐던 정호영은 올 시즌 속공 7위(44.19%)를 달리는 등 연착륙하고 있다는 평가다. 190㎝의 키에 서전트 점프(61㎝)도 이들 중 가장 뛰어나는 등 높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대표팀 감독 출신인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국제대회 엔트리에 나란히 4명을 포함해 실전 경험을 늘리면서 선의의 경쟁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효 블로킹 등 궂은일에도 재미를 붙인다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효진 또한 “후배들의 스타일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금처럼 노력하면 좋은 센터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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