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딱 한 번뿐, 나머지 모든 경기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까지 닮았다. 종목을 떠나 여자 프로 스포츠의 대표주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자존심 대결을 펼치는 듯하다. 프로배구 여자부 1위 현대건설(20승 1패)과 여자프로농구 1위 KB스타즈(19승 1패·이상 10일 현재) 이야기다. 양효진(현대건설), 박지수(KB스타즈)라는 걸출한 기둥을 보유한 두 팀은 시즌 1위를 넘어 역대 프로 스포츠 최고 승률을 향해 달리고 있다.》
여자배구 20승1패 현대건설
전체 6라운드 중 4라운드가 진행 중인 10일 현재 프로배구 여자부 선두 현대건설(승점 59)과 2위 한국도로공사(승점 45)의 승점 차는 14다. 같은 기간 남자부 1위(대한항공·승점 40)와 6위(삼성화재·승점 26)의 차이와 같다.
시즌 개막 후 내리 12연승을 달리며 구단 최다 연승 기록을 새로 쓴 현대건설은 8일 한국도로공사와의 빅매치에서 승리하면서 21경기 만에 20승을 채웠다. 여자부 역대 최단 기간 20승 기록이다. 남은 15경기를 모두 승리할 경우 0.972로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 승률 기록을 새로 쓴다.
외국인 선수 야스민(26·미국)의 선발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레프트 황민경(32), 고예림(28)으로 구성된 현대건설의 날개 라인업은 서브 리시브 등 리시브 안정성에서는 뛰어나지만 공격 면에서는 한 방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키 192cm의 야스민이 힘과 높이를 앞세워 후위(1위·성공률 49.47%), 오픈(4위·40.40%) 등 ‘큰 공격’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빈틈이 사라졌다. 야스민이 서브에서도 1위(세트당 0.520개)를 하면서 지난 시즌 0.732개로 최하위였던 팀 서브도 올 시즌 1위(1.487개)로 도약했다.
현대건설의 중심 센터 양효진(33)도 빼놓을 수 없다. 공격성공률이 55.40%나 된다. 최소 점유율 기준(20%)을 채우지 못해 공격종합 순위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 1위 GS칼텍스 모마(46.38%)를 한참 상회하는 기록이다. 속공 1위(성공률 58.50%), 블로킹 2위(세트당 0.769개)다.
더구나 6위 IBK기업은행, 7위 페퍼저축은행 등 하위권 팀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어 독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자농구 19승1패 KB스타즈
2021∼2022시즌 여자 프로농구 KB스타즈의 전력은 ‘압도적’을 넘어 ‘역대급’이다.
시즌 개막 후 20경기를 치른 동안 딱 한 번 졌다. 2위 신한은행(13승 7패)과의 승차는 6경기다. 전체 6라운드 중 4라운드가 끝났는데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가 ‘4’다. 지금 기세대로라면 5라운드 내에 우승 확정도 가능하다.
해가 거듭할수록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국보센터 박지수(24·196cm)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 여자 프로농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제도를 한시적으로 폐지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무대에서도 뛰는 박지수를 일대일로 막을 만한 상대가 국내 무대에서 사라진 셈. 박지수는 평균득점(21.7점), 리바운드(14.3개) 1위를 독식하며 펄펄 날고 있다.
국가대표 슈터 강이슬(28·180cm)이 합류하면서 다른 팀이 KB스타즈에 제동을 걸기가 더 힘들어졌다. 평균득점 3위(17.4점)에 올라 있는 강이슬은 엄청난 활동력을 앞세워 박지수에게 쏠렸던 공수 과부하를 줄이며 상대팀을 애먹게 하고 있다. 2020년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 유니폼을 입은 포인트가드 허예은(20·165cm)도 ‘대단한 언니들’을 조율할 수 있을 만큼 기량이 성장했다.
여자 프로농구 최고 승률은 2016∼2017시즌 우리은행이 기록한 0.943(33승 2패)이다. 다른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이기도 하다. 최근 10연승에 성공한 KB스타즈가 남은 10경기에서 모두 이긴다면 승률 0.967로 여자 프로농구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9일 우리은행전에서 나온 박지수의 부상도 3, 4일을 쉬면 회복될 정도로 경미해 역대급 기록 도전도 꿈이 아니게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