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36)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두산 베어스가 자랑하던 ‘판타스틱4’는 이제 장원준(37), 1명만이 남았다.
두산 좌완 첫 100승을 달성한 유희관은 지난 18일 “후배들을 위해 물러나야 할 때”라며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유희관이 두산 유니폼을 반납하면서 6년 전 KBO리그를 호령했던 판타스틱4의 주역들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KBO리그 외국인 최초 100승을 거둔 더스틴 니퍼트(41)와 2016년 삼진 1위 마이클 보우덴(36)이 2017년 시즌을 끝으로 두산을 떠났다. 니퍼트는 KT 위즈에서 한 시즌을 더 뛴 후 가장 먼저 은퇴했으며, 전성기가 지난 보우덴도 미국 독립리그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중이다.
판타스틱4는 KBO리그 역대 최강의 선발진으로 평가받았다. 두산은 2016년 니퍼트-장원준-보우덴-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구축, 압도적인 성적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최다승(93승) 타이기록을 세우더니 한국시리즈에선 NC 다이노스에 단 2점만 내주며 정상에 등극했다.
니퍼트(22승), 보우덴(18승), 장원준, 유희관(이상 15승)은 정규시즌에서 70승을 합작했는데 한 팀에서 4명의 15승 투수를 배출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4명의 선발 투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36⅓이닝 1실점(평균자책점 0.25)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니퍼트, 보우덴에 이어 유희관이 두산 유니폼을 벗으면서 팀에 남아 있는 판타스틱4 일원은 장원준뿐이다. 유희관과 다르게 현역 연장을 택한 장원준은 두산과 2022시즌 재계약을 마치며 반등을 꿈꾸고 있다.
현재 장원준은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그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한국시리즈 우승 2회와 준우승 1회를 이끌었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부진과 부상이 이어지면서 2019년에 6경기(2이닝), 2020년에 2경기(5⅔이닝) 등판에 그쳤고, 지난해 연봉이 8000만원까지 깎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선 엔트리에 포함된 두산 투수 중 유일하게 등판하지 못했다.
그래도 장원준은 지난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32경기(18⅔이닝)에 등판해 1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3할에 가까운 피안타율(0.290)과 높은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2.04)로 두드러진 성적표는 아니었으나 원포인트로서 불펜의 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의미가 있었다.
4년 연속 프리에이전트(FA)를 신청하지 않은 장원준은 명예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다만 언제까지 기회가 주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고, 그도 현장 연장에 대해 고민한 적도 있다. 유희관의 은퇴로 장원준을 향한 관심이 더 집중될 텐데 그는 부활의 날갯짓을 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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